[TV리포트=석재현 기자] 방영 내내 독보적인 활약상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SBS ‘하이에나’ 정금자(김혜수 분). 그를 따라다니는 비서 이지은도 만만치 않았다.
사무적인 말투와 담담한 표정, 완벽한 일처리 능력, 그리고 상대방의 비위를 잘 맞춰주는 능청스러운 태도까지 팔색조 매력으로 정금자와 H팀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남다른 존재감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이지은을 연기한 배우 오경화를 향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오경화는 “촬영 초반에 나 변호사(정지환 분)와 함께 미리 마지막 회 대본까지 받았었다. 벌써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그 대화 내용처럼 진짜 촬영이 끝나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학창시절 순식간에 기말고사를 지나 한 학년을 마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실시간 반응들을 잘 못 봤는데 SNS 댓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며 “저를 응원하는 분들의 댓글을 봤는데, 큰 선물과도 같다. 선물 받은 만큼,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 정금자와 첫 만남에 던진 질문 “왜 액수가 이만큼 들어요?”
오경화는 ‘하이에나’에 출연한 배우들 중 가장 늦게 합류했다. 제작진이 오랫동안 이지은 역에 공들였고 그만큼 오디션 기간도 매우 길었기 때문.
“저는 막바지였던 10월 중순에 오디션에 참여했고, 일주일 지나 합격통보를 받고 10월 말 촬영에 들어갔어요. 이지은 역이 가장 오랫동안 오디션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
그리고 오경화가 들려준 ‘하이에나’ 오디션 비하인드 스토리. 당시 장태유 감독과 김혜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는 연기 도중 질문 폭격을 했다.
“서정화(이주연 분)의 정보를 캐내는 장면을 오디션으로 봤어요. 이 과정에서 억이 넘는 비용이 든다는 게 저 스스로 이해하기 어려웠거든요. 충 사무소처럼 가난한 곳에 큰 액수의 돈이 어딨을까 의문점이 생긴 거죠. 그 외에도 궁금했던 부분을 계속 물어봤고 혜수 선배님이 답해주셨어요. 나중에 이 부분 때문에 뽑혔다고 혜수 선배님이 알려주셨어요.”
충 사무소 채용 과정 같았던 오디션 현장 덕분에 오경화는 정금자-이지은처럼 김혜수와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오경화는 ‘금자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극찬했다.
“금자님께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많은 가르침을 주셨어요. 가령 제가 어려워하는 신에 대해 원포인트로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드라마가 처음인 저와 호흡 맞추면서 신경 많이 쓰셨을 텐데, 금자님은 불편한 내색 없이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 오경화, 정금자 삼행시보다 더 공들였던 것
정금자의 듬직한 오른팔이었던 만큼, 오경화는 김혜수가 직접 관리하는 정금자 SNS 계정에 종종 등장해 ‘하이에나’ 팬들을 미소 짓게 했다.
특히, ‘하이에나’ 속 캐릭터 버전으로 작성한 정금자 삼행시는 시청자들에게 센스 넘친다는 칭찬을 받았다. 오경화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 중 하나로 삼행시를 직접 썼다고 고백했다.
“일부러 SNS를 의식하고 쓴 건 아니었어요. 평소에 제가 시를 쓰는 걸 좋아했고, 충 사무소에 찾은 고객들과 마주했을 때 이지은이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저만의 분석법으로 탄생한 거였어요. 가볍게 썼던 거라 글씨체가 예쁘지 않았죠. 하하하.”
정금자 삼행시를 향한 반응이 뜨거울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는 오경화. 그는 SNS 게재용으로 삼행시보다 더욱 신경 썼던 게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하이에나’ 때문에 처음으로 SNS 계정을 만들었어요. 무엇을 업로드할까 시청자 입장에서 고민한 결과 충 사무소에 안 보이는 것들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가구 등을 찍었거든요. 레트로 버전 필터까지 장착했는데…반응이 미지근하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삼행시나 더 쓸 걸.” (웃음)
# 이과생 오경화를 연기로 안내한 그 분, 장영남
영화 ‘걷기왕’으로 데뷔해 ‘임을 위한 행진곡’, ‘오목소녀’, ‘공작’, ‘스윙키즈’, 연극 ‘올모스트 메인’, ‘갈매기’ 등 작은 역할을 맡아온 오경화. 그는 처음부터 연기자가 꿈이 아니었다고.
“연예계는 저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해왔어요. 대학교 전공도 연기가 아니에요. 저 이공계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한 번도 연기의 ‘ㅇ’자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랬던 오경화가 운명처럼 연기가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대학교 3학년 때 교류제도로 서울 내 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교류제도로 서울에서 생활할 때 고시텔에서 지냈어요.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TV 등 영상매체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그러다 ‘해를 품은 달’을 보는데, 장영남 선배님의 연기가 저한텐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저를 연기의 세계로 인도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 이후로 연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대학교를 졸업한 2014년, 본격적으로 연기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연기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었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해 아카데미를 찾아다니면서 배웠고, 프로필로 직접 돌리기도 했어요. 그렇게 다양한 작품서 단역들을 거쳤어요.”
‘하이에나’를 마친 후, 오경화는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액션처럼 멋있는 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하이에나’ 촬영에 임하면서 극 중 인물들의 서사에 울컥했던 적이 많았어요. 캐릭터들의 내면에 많이 감정이입했거든요. 앞으로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나는 작품의 일원이 되고 싶어요.”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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