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유아인이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26일 방송된 MBC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는 지난 주에 이어 유아인이 출연했다.
이날 유아인은 직접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해 식사를 준비했다. 유아인은 “갈비찜, 전복죽, 누룽지 백숙 등 만들 수 있다”며 요리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손담비는 “먹은 적 있다”고 증언했고, 이시언은 “놀러오라고 해서 술 마시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유아인은 “밥 해주려고 부른 거”라고 설명했다.
재료를 준비하면서 유아인은 자주 버퍼링에 걸렸다. ‘왜 자꾸 멈추냐’는 질문에 유아인은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하면 그렇게 된다. 여러 요리를 할 때 시간 조절 실패한 적이 있어서, 어느 하나 뒤쳐지지 않도록 내 혀끝에 균형있는 맛을 선사할 수 있도록”이라고 답했다. 스튜디오에서 자기 모습을 보던 유아인은 “못해도 그냥 하지”라고 셀프디스 했다.
요리에 자신감을 드러낸 유아인이지만 파채 칼을 잘 사용하지 못해 결국 대파를 손으로 찢었다. 그는 “파채를 주로 사서 쓰는데, 만약 마트에서 팔지 않으면 파채 칼을 쓴다. 그런데 잘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유아인은 요리하다가 부엌에서 자리를 떴다. 그는 “식재료의 준비과정이었다. 먼저 먹으려다보니 해 먹으려다보니..”라고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부엌에서 나간 유아인은 곧장 고양이에게 갔다. 바로 고양이 목욕시간 이었던 것. “고양이에게 비교적 편한 시간이 있다”고 말한 그는 ” 유분이 많은 종이라 목욕을 해줘야 한다”면서 목욕 전 발톱을 깎았다. 어렵게 욕실에 들어왔지만 고양이 목욕은 쉽지 않았다. 장비는 계속 울었고 유아인은 소리를 내며 기분을 달래주려 했다.
유아인은 “예전에는 팬티만 입고 같이 들어가서 목욕을 했다. 그래서 몸에 상처도 많이 났다. 고양이의 마음을 모르니까”라며 애완묘를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목욕을 하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고 말한 그는 “싫어하는데 폭력적으로 제압한 거 같다”면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비오는 날이라 안주같은 음식을 먹고 싶다던 유아인은 골뱅이 소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맛을 그린다고 해야하나, 대장금 스타일로 요리한다”면서 “계량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애호박 전도 동시에 만들었다. FLEX에 맛들린 유아인은 “골뱅이 소면을 오랜만에 먹어보는 건데 이날 참 맛있었다. 간도 안 봤는데”라고 으슥거리고 웃어 보였다.
박나래는 유아인의 냉장고 내부를 보고 “완전 살림하는 냉장고”라고 평가했다. “창난젓은 해외 출장 갈때도 챙긴다”는 유아인은 “예전부터 습성처럼 후루룩 먹는 걸 좋아하지만, 비오는 날에는 밥에 물을 말아먹거나 누룽지, 장아찌, 젓갈 먹는 걸 좋아한다”면서 “누룽지+창난젓은 출장 세트”라고 밝혔다. 누룽지, 창난젓, 호박전, 골뱅이 무침으로 이뤄진 유아인 표 ‘비오는 날 한상 차림’이 완성됐다.
유아인은 비오는 날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자꾸 창문을 보는 그의 모습에 박나래는 “외롭냐”고 물었다. 유아인은 “10대부터 혼자 살아서 당연히 외로움이 크다. 타향살이라 더 그렇다. 예전에는 외로움을 탔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에 집중 안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래도 “외로워보인다”는 말이 들려오자 유아인은 “저 너무 외로워요~”라며 장난스럽게 반응했다.
영상 속 유아인은 외로워보였다. “곧 눈물을 흘릴 것 같다”는 주변 반응에 더해진 센치한 노래에 유아인은 “왜 음악을 이런 걸 깔았냐”며 억울해했다. 하지만 곧 “그래 나 외롭다”고 반응해 웃음을 자아냈다. 창 밖을 보는 유아인에게 도비가 다가왔다. 그는 “감정적이 되는 순간 도비가 다가온다”면서 감성적 분위기를 더 깊게 만들었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보던 기안84는 “제발 이대로 자지마라. 부모님한테 전화를 하던가”라며 괴로워했다. 이에 유아인은 “요즘 이사를 준비하는 시기라 생각에 잘 빠진다”고 해명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유아인은 검은 캡 모자를 쓰고 비오는 거리로 나섰다. 그는 계단을 오르며 ‘아이고’ 앓는 소리를 냈다. 늘어진 트레이닝복에 살이 빠진 우산을 든 유아인은 집 앞 산책을 즐겼다. 그는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한다. 비오는 날 산택을 특히 더 좋아한다. 깊은 밤이 아니라도 사람이 없다. 온 산을 내가 가진 느낌으로 산책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초반에는 단편영화 같던 유아인은 점점 분위기를 바꿔갔다. 비가 꽤 오자 바지를 걷어부치고 동네 아저씨 스타일로 변신했고, 정자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또 누워서 주머니에 있던 쌀과자를 무심하게 꺼내 먹고, 나뭇가지에 걸린 우산에 깜짝 놀라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아인은 “저 친구 많다”면서 “예전에는 친구들이 집에 거의 살다시피 했다. 그런데 같은 걸 먹여도 예전같은 감탄사는 안나온다. 10년지기가 너무 많아서 다 권태기 같은 거”라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18년차 배우가 된 그는 “예전에는 되게 급했다. 느긋하지 못하고 쉬지 못했다. 잘하고 싶고 빨리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걸 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며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점에 대해 말했다.
또 그는 “배우하면 돈 많이 번다. 사치스럽게 호화롭게 사는 인생이라면 응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가 뭔지 모르고 시작했는데, 조금씩 알아가면서 책임있게 내 할 일 잘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박나래는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물었다. 유아인은 “애착으로 보면 ‘밀회’ 선재다. 선재가 순수의 결정체 같은 인물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로 변화하게 한 인물”이라며 “가장 나와 닮았다.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를 보던 이시언은 “조태오가 찰떡같은 배우”라고 증언했다. 유아인은 “형이 계속 내가 알던 아인이가 아니라고 하는데, 형이 아는 아인이는 누구냐”고 물으면서 “형이 나의 뭘 아느냐”고 갑자기 조태오로 빙의해 폭소케했다.
집에 돌아온 유아인은 나중에 ‘플리마켓’에 내놓을 신발 정리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밥을 먹기도 하고, 갑자기 상자를 접으며 옷 정리를 하려고 했다. 상자 접기에 망한 뒤 유아인은 그대로 앉아 눈을 감았다. 그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망했지만 망하지 않았다는…”이라며 자기최면에 가까운 짧은 명상 이유를 밝혔다.
유아인은 “최근 이사준비를 하며 삶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겉은 번지르르한데 전혀 정리가 안되는 삶을 살았다. 미니멀 라이프는 한참 전부터 생각했는데, 모든 것에 의미부여를 하니 버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집에는 그가 먹다 남은 밥, 만들다 만 상자, 정리하다가 만 신발, 정리하다 만 옷이 놓여져 있었다. ‘마무리가 없는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 유아인은 “매듭을 꼭 지어야 하나. 시작과 끝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매듭을 꼭 지지 않아도 된다. 인생은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시언은 “뭔 소리야”라고 지적했고, 박나래는 “희대의 사기꾼”이라며 웃었다.
유아인은 소파에 누워 일기를 썼다. 스튜디오에 있던 사람들은 화면으로 가까이 모여들어 낭독하기 시작했다. “몸둥아리는 하나인데 왜 이렇게 많은게 필요했을까. 발은 땅에 붙었는데 왜 그렇게 높은 곳이 필요했을까. 해봐야 고만고만한 몸집에…” 유아인은 민망해하며 뒤 벽에 붙어 돌아보지 않았다.
유아인은 짧은 일기를 메모하는 이유에 대해 “시작은 중2 감성이지만, 다듬는 시간을 거쳐 완성도 있는 글을 만든다. 내가 봐도 징그러우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날의 일기에 대해 “내 몸뚱이는 하나인데, 왜 이리 많은 옷이 필요했을까. 높은 곳을 추구해봐야 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발이 땅에 붙어있는데, 어쩔 것이며 그런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던 유아인은 “예전에는 신발장에 신발이 많으면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잠깐이지만 ‘잘나가는데, 부자같은데’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족쇄처럼 느껴진달까. 어떻게 버리고 나눠야하지, 이제부터 무엇을 추구해야하지, 어떤 원동력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하지? 고민과 생각을 가져가게 된 것 같다”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 순간은 괜찮은 인생처럼 느껴졌는데, 이제 그런 감정으로 땜빵이 안된다. 자기 몸 하나도 통제하기 못하는, 한순간 편해지기도 어려운 삶을 사는 잘못된 습관으로 범벅된 초라한 인간일 뿐”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유아인은 자신만의 특별한 영화보기 방법도 공개했다. 그는 “많이 본 영화, 좋아하는 영화는 배우의 연기를 보기 위해 0.5배속으로 본다”면서 “그림 보듯이 그 장면을 돌려본다. 순간의 표정을 보기 위해서다. 연기 공부가 아니라 그 느낌을 받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영화 ‘사도’에서 진짜 돌에 부딪혀 피가 흘렀던 유아인은 “돌에 부딪혀서 상처나고 피도 났지만, 분장 피도 섞여있었다”고 대단치 않게 말하며 “머리 박은 줄 알았지만 다시 한번 해야하는 건 나니까”라고 해맑게 말했다.
“삶의 동력을 상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유아인은 “목적이 있어야 동력이 생성되는데 어디도 가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제 조금 제 스스로에게 ‘괜찮다’ 소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촬영 마무리 소감을 전했다.
유아인의 친구인 손담비는 “우리가 만났을 때는 서로 불안정한 시기였다. 사람은 누구나 진짜 행복을 찾게 되잖나. 아인이는 지금 그런 때인 것 같다. 잘 맞서고 있는 느낌”이라고 응원했다. 장도연은 “선입견이 있었는데 성장드라마를 본 기분”이라면서 끝까지 웃음을 선사했다.
혼자사는 자신의 모습을 본 유아인은 “징그러운 순간이 많았지만,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잘못된 것도 거울을 봐야 알잖나. 일상에서 ‘저 정도로 호흡이 거칠구나’ 이런 걸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면서 “또 혼자사는 거지만 이렇게 섞여서 얘기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느낌을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아인은 “배우들이 겁이 많다. 작은 실수에도 겁이 났지만,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고 생각한다. 더욱 갈고 닦으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나혼자산다’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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