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혜미 기자] 화재로 꾸며진 살인사건.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4살 아이의 증언 뿐. 용산 후암동 방화 살인사건의 전모가 ‘꼬꼬무’를 통해 공개됐다.
14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선 애기 아저씨와 하나의 진실이 펼쳐졌다.
해당 사건은 지난 1996년 발생한 것으로 당시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화상을 입은 4살 아이 하나 양을 발견했다.
그런데 구조된 하나 양은 울먹이며 방 안을 가리켰고 그 안엔 이미 숨을 거둔 하나 양의 어머니가 있었다.
한 밤 중에 일어난 화재. 반듯하게 누워 있는 시신과 얼굴 머리 등에 남은 상처들을 보며 경찰은 피해자가 살해된 뒤 불이 났을 거라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남편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그는 일본인으로 사건 당시에도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이제 남은 단서는 4살 하나 양의 기억 뿐. 당시 하나 양은 절대 안정을 요하는 상황이었으나 그는 구조 당시부터 ‘애기 아저씨’의 존재를 알려왔다. 애기아저씨, 용의자 강 씨는 하나 양 할머니의 오랜 지인.
그러나 소환조사를 받게 된 강 씨는 하나 모녀를 아는 게 전부고 따로 만난 적도 없다며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늘어놨다.
결국 강 씨와 하나 양의 대면이 성사된 가운데 강 씨를 본 하나 양은 고개를 숙이며 몸을 떠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강 씨는 “난 아니다. 아이가 뭔가 착각하고 있다. 4살 짜리 아이 말을 어떻게 믿나?”라고 주장했다.
형사들이 앞서 강 씨가 피해자로부터 800만 원을 빌려간 기록을 찾아냈음에도 그는 사건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진술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강 씨와 피해자의 채무관계는 8개월째 이어진 것으로 대출면제 마감일이 바로 사건 당일이었다.
심지어 강 씨의 몸에선 실랑이 중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들도 있었으나 강 씨는 일관되게 부인중인 상황. 결국 형사들은 하나 양을 카메라 앞에 앉혀 아이의 증언과 직접 사인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 과정에서 하나 양은 극도의 공포를 호소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하나 양의 용기에도 4살 아이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고, 결국 하나 양은 2년 후 6살이 된 뒤에야 직접 재판에 참석했다.
그 결과 재판부도 하나 양의 증명력을 인정, 범인 강 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에 ‘꼬꼬무’ 출연자들은 “체증이 내려간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하나가 정말 대단하다. 고생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 / 사진 = ‘꼬꼬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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