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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1990년대를 사로잡은 세기말 혼돈의 사랑을 담은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이 1월 개봉을 알렸다.
프랑스의 거장 감독 레오스 카락스의 필모그래피에서 청춘 3부작의 정점을 이루는 ‘퐁네프의 연인들’은 4K 리마스터링으로 스크린에 돌아올 예정이다. 이번 재개봉은 카락스 감독이 설계한 불과 어둠의 미학을 최상의 화질로 재현해 90년대 혼돈의 사랑을 다시 아름답게 소환한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은 시력을 잃어가는 화가 미셸과 다리 위에서 불을 내뿜는 쇼를 하며 살아가는 노숙자 알렉스의 지독한 사랑과 찬란한 해방을 그린다. 이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와 함께 초기 카락스 감독 필모그래피의 심장과도 같은 작품에 해당한다.
영화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연인들의 성지인 퐁네프 다리와 프랑스 혁명 200주년의 화려한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신체의 움직임으로 서사와 감정을 폭발시킨다.
영화의 1992년 국내 개봉 당시 기성 영화의 문법을 파괴하는 독특한 비주얼과 압도적인 에너지는 젊은 층에 큰 문화적 충격을 선사했다. 특히 한국에서 ‘퐁네프’라는 이름의 카페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것은 이 영화의 신드롬을 몸소 증명한다. 영화는 90년대 한국 시네필 문화의 정점을 찍었던 전설적인 마스터피스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폐쇄된 다리 위에서 피어난 불꽃
“내일 아침 네가 날 사랑한다면 ‘하늘이 하얗다’고 해줘. 그럼 난 ‘구름이 검다’고 대답할 거야. 그러면 서로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거야”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은 사랑을 말하는 기존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을 가지고 있다. 대신 이들은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지독한 악취와 알코올 향, 그리고 서로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광기로 사랑을 말한다.
제목 속 퐁네프는 새로운 다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 속 다리는 이와 반대로 기능을 상실해 버린 폐쇄된 다리다. 사회에서 밀려난 노숙자 알렉스(드니 라방)와 시력을 잃어가는 화가 미셸(줄리엣 비노쉬)에게 이 다리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섬이자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세계가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타올랐던 사랑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알렉스는 미셸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가 떠날까 봐 수배 전단에 불을 지른다. 이는 사랑의 이기적이고 추악한 단면을 보여주지만 끝내 그 사랑이 서로를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올리는 유일한 구원임을 의미한다.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3년의 사투…영화가 된 퐁네프
영화는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실제 퐁네프 다리에서 촬영하길 원했고 파리 시로부터 10일간의 촬영 허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촬영 직전 주연 배우 드니 라방이 엄지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촬영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다리 보수 공사 일정과 겹쳐 다시는 촬영 허가받을 수 없게 되자 감독은 남부 프랑스 랑사그라는 마을에 퐁네프 다리와 주변 건물들을 실제 크기와 똑같이 재현한 거대한 세트를 지었다.
세트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영화는 파산 위기에 몰렸고 제작 기간만 3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사히 영화가 완성됐다. 여기에는 프랑스 정부의 이례적인 지원도 큰 몫을 했다. 제작비 폭등으로 영화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잭 랑은 직접 나서 제작비를 지원하고 투자자를 연결했다. 그는 “이 영화가 완성되지 못하는 것은 프랑스 영화계의 수치”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 촬영 당시 카락스 감독과 비노쉬는 실제 연인 사이였다. 하지만 카락스는 영화의 완성도를 향한 집념을 보였고 비노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처절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집착했다. 여기에 촬영 기간이 수년간 길어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극도로 예민해졌다.
끝내 영화가 완성될 즈음 두 사람은 결별하게 된다. 덕분에 영화 속 미셸이 시력을 잃어가는 절망적인 과정이 더욱 생생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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