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나연 기자] 제33회 파리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운 가운데, 이번에 금메달을 거머쥔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의 남다른 승리 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3연패를 달성한 가운데, 팀의 ‘맏형’ 구본길 선수가 과거 방송에서 밝힌 승리 전략이 화제다.
1일(한국 시간) 헝가리와의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구본길은 사트마리(헝가리)와 경기 도중 심판의 판정을 잘못 이해하곤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으나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는 바로 양손을 모으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이 모습을 중계석에서 지켜보던 김준호 KBS 해설위원은 “아직 판정이 안 나왔다. 심판이 (점수) 줄 거다. 자극할 필요가 없다”라며 웃었다.
이후 구본길 선수는 실라지(헝가리)선수의 라인아웃 판정이 나오자 심판을 향해 엄지를 치켜 들고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한국 시간) 프랑스와의 준결승 경기에서도 구본길의 공손한 모습이 포착됐다.
구본길은 피암페티(프랑스)와 경기 도중 심판에게 공손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는 보호구까지 벗어젖힌 뒤 곧 무릎을 꿇을 듯이 무릎을 굽혀 심판과 눈을 맞췄다.
이를 본 김정환 KBS 해설위원은 “구본길 선수의 시그니처 동작이다. 공손하게 비디오 판독 요청하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구본길은 지난 2021년 8월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심판에게 어떻게 어필하느냐”라는 질문에 “저는 약간 예의 바른 스타일이다. 심판을 제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비디오 판정을 할 때 동작을 한 후 점수 인정이 안 되면 ‘Why?’하면서 당당하게 요구하는데, 저는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구본길은 외국 선수들과 달리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자세를 직접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러면 정말로 심판이 흔들린다. 유럽 쪽 선수들은 크게 동작을 하면서 (거칠게) 요구하는데,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감정이 상한다. 저는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경기 시작 전 대기 공간에 선수들과 심판이 서 있는데, 저는 심판과 눈을 맞추며 ‘잘 지냈냐’고 인사를 나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김정환 선수는 “(경기 전) 대기 공간에 가면 이미 심판이 구본길한테 ‘You good’하면서 인사하고 있다. 개인 계정 맞팔로우도 하더라”라며 “이렇게까지 심판에게 신경 쓰는 건 펜싱에서, 특히 사브르는 심판의 판정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구본길은 같은 해 SBS ‘집사부일체’에도 출연해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저는 비디오 판독 신청을 할 때 간절하게 한다. ‘제발 나를 도와달라’고 간절함을 표한다. 거기서 안 먹힌다면 바로 무릎 꿇는다”라며 시범을 보였다.
네티즌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운동하다 보면 화나는 행동, 표정 다 표출될 텐데 한 번 걸러서 심판한테 어필하는 거 아니냐”, “우리 팀이라 다행이다”, “독기와 야망, 실력 다 멋지다”, “실력도 있어야 하고 머리 싸움도 잘해야 하고. 멘탈 부럽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구본길의 전략을 칭찬했다.
한편, 구본길은 2008년부터 한국 남자 펜싱 대표팀으로 활동하며 2011년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개의 금메달을 보유한 구본길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강나연 기자 kny@tvreport.co.kr / 사진=’엠뚜루마뚜루’, ‘SBS Entertainment’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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