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의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좌절시킨 신태용 감독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17일,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행 중인 신태용이 개그맨 이경규 채널에 출연해 근황을 전했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을 최초로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이끄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내며 인도네시아 축구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팀 이야기 중 이경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맞붙었던 경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지난 4월, U-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신태용의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황선홍의 한국 대표팀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당시 신태용은 한국과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진이 확정돼 ‘많이 괴로웠다’고 한다. 황선홍도 “왜 하필 너를 만나냐”라며 안타까움 마음을 표했을 정도로 피하고 싶은 승부였다. 경기 전 인터뷰 때 만난 황선홍은 “살살 해라”라고 말했고, 이를 들은 신태용은 “형, 나야 살살하지. 나는 부담이 없는데, 형 어떡할래?”라고 되묻는 등 상반된 분위기를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8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축하를 받을 수 있었고, 한국은 우승 후보로 꼽혔기에 신태용에겐 잃을 게 없는 승부였다. 반면, 한국은 패할 경우 40년 만에 올림픽에서 탈락하기에 황선홍에게 이 경기는 너무도 중요했다. 신태용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황선홍에게 “걱정스럽다. 나는 너무 행복한데 형은 왜 이럴까”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그리고 펼쳐진 승부는 황선홍이 중간에 퇴장을 당할 정도로 치열했고, 결국 인도네시아가 승리했다. 하지만, 경기에 승리한 신태용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를 돌아보며 “한국의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내가 무산시켰다고 생각하니 너무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신태용은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 코치진을 위로하고, 한국 선수들이 경기장을 다 나간 뒤에야 인도네시아 선수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그날 밤, 신태용은 황선홍에게 “형, 미안해”라고 문자를 보냈고, 황선홍은 “괜찮아, 어때 잘했어”라는 답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신태용은 미안한 마음에 황선홍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고, 황선홍이 프로축구 대전팀의 감독으로 선임 된 후에야 축하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신태용은 ‘신태용 축구공원’이 개장을 맞아 황선홍에게 “축구화와 사인 볼 좀 보내줘”라고 연락했다며, 그날 경기 이후에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팀을 이끌고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이야기는 채널 ‘르크크 이경규’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채널 ‘르크크 이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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