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결혼 생활이 아니라 회사 계약서 같아요.”
1일 밤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에서는 모든 것을 결혼생활 계약서에 따라 생활하고 있는 ‘계약 부부’가 출연했다.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남편. 육아 휴직 중인 아내. 남편이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아내는 운동복을 입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아내는 “결혼 전부터 운동을 너무 좋아했는데, 출산 때문에 하지 못했다”며 “조금 몸이 회복된 뒤 헬스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 이번엔 남편이 배턴 터치하듯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갔다. 아내는 “남편도 결혼 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다”며 “지금 수영을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나 무난하고 일상적인 부부의 모습에 당황한 패널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며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남편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방송에 따르면 부부는 모든 집안일을 5:5로 나눠서 맡고 있었다. 돈도 생활비 통장을 함께 관리하며 알뜰살뜰 살고 있었지만, 남편은 불만이 한가득이었다. 모든 게 반반으로 나뉜, 부부보다는 갑과 을의 계약 관계 같은 생활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던 것.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 또 다른 문제는 돈이었다. 육아 휴직비로 가벼운 말다툼을 시작한 부부는 생일 선물 문제로 다시 맞붙었다. 남편은 “자기는 내 생일 선물도 아직 안 사줬다”며 섭섭함을 토로했고, 아내는 “오빠가 구매 링크를 안 보내줘 못 사주는 것”이라며 과거에 사주기로 했던 명품 벨트를 언급했다.
하지만 남편은 “선물은 1:1 법칙이다. 내가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아내는 “1:1로 치면 똑같아야 하는데 완전 다르다. 오빠 거는 100만원인데, 내 명품 벨트는 64만원”이라고 반박했고, 남편은 “그럼 차액을 주겠다”고 맞받았다.
결국 남편은 결혼생활 합의서를 꺼냈고, 생일 선물 관련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합의서에는 △거짓말 금지 △자녀 육아는 공동으로 하기 △부부관계에서 내로남불 금지 △약속 꼭 지키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내는 “위반 시 심각한 건 10만원, 가벼운 건 3만원을 생활비 통장에 입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의서를 본 오은영 박사는 “이런 내용은 (계약서를 쓸 필요 없이) 그냥 얘기하면 된다. 중요한 건 (부부가)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두 분은 소통 불가다. 그냥 각서에 조항 하나 적는 게 일상화돼서, 이게 두 분의 부부생활에서 얼마나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걸 의미하는지 통감하지 못해서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육아 휴직은 육아를 하기 위해 하는 건데 정작 ‘육아’와 ‘아이’ 얘기는 없다. 내가 얼마나 더 아이를 봤는지 이런 얘기뿐”이라며 “중요한 선택 기준은 언제나 돈인 것 같다”고 일침을 놨다.
요즘 신혼부부 사이에서 ‘반반 결혼’이 합리적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오은영 박사는 “힘든 걸 나누는 건 좋다. 근데 문서화한다는 건 이혼을 준비하고 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그렇다”라는 씁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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