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8~90년대에 유행했던 ‘시티팝’ 장르가 요즘 유난히 자주 들린다. 수십 년 전에 나왔던 스타일이 이렇게 귀에 착착 붙는 걸 보니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나 보다. 깔끔하게 쪼개지는 박자와 선명한 멜로디라인은 초여름 날씨에 창문 열고 드라이브할 때 듣기 딱 좋다. 재즈, 신스팝, 일렉트로니카 등이 요래조래 뒤섞여 탄생한 장르인 만큼 다양한 매력이 살아있다. 이번 주말 플레이리스트는 시티팝으로 채워보자.
‘김현철 – 왜그래(2001)’
“왜그래~ 무~슨~ 일 있었어~?” 브라스 사운드가 ‘뿜뿜’ 길을 내 준 틈으로 일상적인 가사가 툭툭 던져진다. 아무 말 없이 꽁해 있는 연인을 달래다 답답해진 마음을 표현한 가사에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특징인 곡.
요즘 김현철은 ‘시티팝 시조새’라고 불리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본인은 첫 앨범을 낼 때 이 장르가 시티팝이라고 분류된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때 ‘대체 시티팝이 뭐기에 그러나’라며 의아해했다는 그가 6월 14일에 전곡을 시티팝으로 채운 앨범(11집)을 내놓는다. 공개된 티저를 슬쩍 들어보니 명불허전 김현철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역시 에디터 LEE는 ‘왜그래’가 제일 좋다.
‘유키카 – 네온(2019)’
김현철이 시티팝 시조새라면 유키카는 요즘 시티팝 여신이라고 불린다. ‘시티팝 본고장’ 일본인이지만 한국에서 한국어 노래를 부르는 가수. 딱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귀여움이 살아있는 보컬에 향수를 자극하는 멜로디가 합쳐지니 청량감이 더욱 증폭된다. 유키카의 최신곡은 올해 3월에 나온 ‘애월’이지만 개인 취향으로 2019년 곡인 ‘네온’을 추천한다. 선정 기준은 ‘잡념으로 가득하던 머리를 반쯤 비우고, 물 냄새 나는 여름 바람 맞으며 드라이브 할 때 듣기 좋은 분위기’다.
‘스텔라장 – 아름다워 (디깅클럽서울 ver.) (2018)’
윤수일의 1984년 발표곡 ‘아름다워’를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이 커버한 노래다. 원곡의 포인트인부르릉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 파도 소리는 물론 그대로 살아있다. 윤수일의 원곡을 들으면 조금 느끼하지만 잘 생긴 부산 사나이가 떠오르고, 스텔라장 버전은 감성 촉촉한 바닷가 마을 아가씨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둘 다 각자의 매력이 있다. 참, 스텔라장 버전은 뮤직비디오까지 제대로 복고풍으로 찍어 놓았으니 일부러 화질을 낮춰 감상해 보자. 144p로 설정하면 정말 80년대 뮤비 같다.
‘윤종신 – Welcome Summer (2017)’
묘하게 야마시타 타츠로(일본 시티팝 거장)가 떠오르는 곡이다. 끈적하고 찐득하게 끌고 올라갔다가 깔끔하게 탁 놓아주는 보컬 완급 조절까지 완벽하고 정석적인 시티팝.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곡인데, 이런 퀄리티의 곡들을 매 달 하나씩 만들어낸다는 것이 그저 경탄스럽기만 하다. 복고 느낌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정확히 50:50으로 공존한다. 바닷가 나무 그늘에 앉아 후텁지근하게 데워진 바람이 발가락 사이로 숭숭 지나갈 때 이 노래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면 완벽할 것 같다.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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