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2021장마’.
날씨가 더웠다가 흐려졌다가 오락가락 하면 올해 장마기간이 언제인지 검색해 볼 때다. 올해 장마철은 6월 말부터 시작해 7월 중순까지라고 하니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할 때다. 레인부츠, 제습제, 제습기, 집안 점검도 중요하지만 장마철 한없이 늘어지기 쉬운 마음을 지켜 줄 상큼한 노래들도 미리 모아 보자. 여름엔 역시 청춘의 상징, 밴드 사운드가 딱이지! 듣고 있으면 기분이 뽀송해지는 (인디)밴드곡 5곡을 모아봤다.
‘페퍼톤스 – Ready, Get Set, Go!’
시작부터 끝판왕 등장! 밴드 이름부터 톡톡 튀는 페퍼톤스는 수 년 째 에디터 LEE의 하계 플레이리스트에 굳게 자리를 잡고 있다.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 2인조 밴드’라는 캐치프레이즈답게 페퍼톤스 곡들에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정서가 가득하다. 특히 1집 앨범 수록곡 ‘Ready, Get Set, Go!’(2005)는 답답함을 싸악~ 내려주는 특효약이라 할 만 하다.
‘탕!’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달려나가는 단거리 육상선수를 묘사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철저히 계산된 호승심과 경쟁심이 아닌 순수 본능만으로 온 몸의 세포가 끓어오르는 찬란한 순간.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그 찰나가 담겨 있다. 객원보컬 ‘뎁(Deb)’의 꾸밈 없는 목소리가 이 곡만의 매력을 더한다.
‘No Vacation – Mind Fields’
휴가와 방학은 길면 길수록 좋은 것 아니었던가? ‘No Vacation’은 샌프란시스코 대학생이었던 바실(Basil)이 방학 내내 공부도 하고 음악도 만드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 했다는 의미로 가볍게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두 명으로 시작한 밴드는 이제 5인조가 되었다. 밝은 멜로디에 은근히 씁쓸한 가사를 얹은 것이 이 밴드의 특징인데, 외국 노래의 장점 하면 역시 가사를 흘려 듣기 좋다는 것 아닐까. 적당히 밝고 적당히 감성적인 곡이 듣고 싶을 때 추천한다.
‘MONO NO AWARE – 異邦人(이방인)’
‘모노노아와레’는 풍경이나 사물을 마주했을 때 문득 느껴지는 자연에의 경외, 인생의 덧없음, 애수 등 복합적인 감정을 일컫는 일본의 개념이다(우리나라의 한(恨)을 무어라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밴드 모노노아와레는 그 이름답게 오묘하고 철학적인 가사를 잘 쓴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방인’도 산뜻한 멜로디 뒤에 심오한 가사를 품은 곡이다(물론 흘려 들어도 된다).
‘바람은 아무리 분다 해도 말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새는 (땅을) 달리는 생물을 부러워하며 날고 있다’같은 가사에서는 군중 속의 고독 비슷한 정서가 느껴진다. 아무리 친해도 타인은 타인이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감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직감이다. 하지만 이런 고독이 과연 불행인가 하면 또 그건 아니다. 무리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 되었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그 어떤 경지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다.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으면서 섬세한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추천.
‘LUCY – Jogging’
아이돌그룹처럼 알록달록한 멤버들의 비주얼과 감각적인 뮤비 때문일까? 페퍼톤스 노래가 아무리 세월이 가도 변치 않을 청춘의 이데아 같은 것을 표현했다면 루시(LUCY)의 노래에는 지금 이 순간의 청춘이 담긴 느낌이다. 2019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를 통해 결성된 그룹으로, 특이하게도 바이올린(리더 신예찬)이 있다. 주변 환경 소리를 곡에 적극 활용해 풍성한 사운드를 만드는 ‘앰비언스 팝’을 추구하기도. 여러모로 개성적인 밴드다.
2020년 미니1집에 수록된 ‘조깅(Jogging)’은 정해진 틀을 따라 경쟁하듯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곡이다. 2020년 미국 빌보드가 꼽은 최고의 KPOP 13위에 오르기도 했다. 꿉꿉한 퇴근길 이 노래 들으면서 파워 워킹 하면 딱 좋겠다.
‘COIN – Crash My Car’
“오늘 밤 내 차를 때려 부숴도 좋아, 내 시간과 돈을 네 것처럼 펑펑 쓰고 낭비해도 좋아. 네가 내 마음을 산산조각내는 그 방식을 사랑해. 난 그저 네가 외롭게 혼자 있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과격하고, 직설적이고, 절절한 러브송이다. 얼마나 사랑하면 자기 차를 부수라고 적극 권유(?)하는 걸까. 조금 부담스럽지만 때로는 이렇게 불도저처럼 직진하는 자세도 필요한 법. 그리고 여름은 이런 돌직구가 제법 어울리는 계절이다.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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