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햇수로 데뷔 20년 차. 귀엽고 섹시한 여배우 이미지의 조여정이 달라졌다. KBS2 4부작 ‘베이비시터’를 통해 그간 그녀에게서 보지 못 했던 모습에 시청자들은 충격을 넘어서 전율을 느꼈다. “조여정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라는 감탄이 쏟아졌다.
‘베이비시터’가 지난 22일 충격적인 반전으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첫 방송에서 거침없는 불륜과 신인배우의 ‘발연기’로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여주인공 천은주 역할을 맡은 조여정은 조연처럼 느껴졌다. 관심의 포커스는 신인배우인 신윤주(장석류 역)에게, 결별설에 휩싸인 김민준(유상원 역)에게 쏠렸다.
그런데 회가 갈수록 시청자들은 조여정에게 시선을 거두지 못 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 남편 김민준의 외도로 모든 것을 잃은 여자 천은주의 심리에 빠져들었다. 베이비시터로 자신의 가정에 들어와 남편과 행복을 빼앗은 신윤주는 뻔뻔했고 도발했다. 조여정은 사랑하는 남편에 대한 배신, 신윤주를 향한 분노를 복잡하면서도 미묘하게 표현했다.
조여정의 연기는 마지막 회에서 폭발했다. ‘베이비시터’는 천은주가 기자 조상원(김상호)을 불러내 유상원과 장석류, 표영균(이승준)의 살인 동기 등을 설명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전개되는 ‘액자식 구조’를 띠고 있다. 그런데 천은주의 이야기는 100% 사실이 아니었다. 혼전계약서 때문에 정신병원과 구치소에 수감된 천은주는 유상원 대신 장석류와 표영균의 살인죄를 덮어썼던 것이다.
정신병력을 인정받아 무죄로 석방된 그녀는 신분을 바꾼 유상원과 재회했고, 유상원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준 천은주에게 앞으로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상원과 천은주가 탄 차는 트럭에 치여 내동댕이. 천은주는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토해낸 유상원을 그대로 두고서 빠져나왔다.
도망치는 천은주에겐 구치소에서 만난 동기가 약속한 것처럼 차를 몰고 등장, 천은주를 태운다. 뒷좌석에 쓰러진 천은주는 유상원 차의 폭발음을 들은 뒤 서서히 눈물을, 이후 오열을 한다. 조상원에게 말한 거짓 이야기 속 조여정은 광기가 서린 살인마로, 반전의 사실 속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이용당하고서 응징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했기에 아파하는 천은주의 복잡한 심경을 그려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조여정의 연기 변신과 그녀의 밀도 있는 연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데뷔한 지 오래됐지만 귀여운 이미지 혹은 영화 속 노출 이미지 정도로 기억한 대중에게 ‘베이비시터’ 조여정은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였다. ‘베이비시터’ 또한 불륜 드라마라는 오명을 벗고, 한 편의 영화 같은 연출력과 탄탄한 대본, 조여정의 신들린 연기력이 합쳐지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베이비시터’를 통해 배우 날개를 단 조여정. 그녀의 새로운 연기 인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KBS2 ‘베이비시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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