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주변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 중 부장님과 함께하는 점심은 보통 국물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왜 ‘국물=올드한 메뉴’라는 인식이 생긴걸까? 그건 아마 집밥에서 느끼는 친근함 때문이 아닐까? 좋게 말해 친근이지 ‘지겨운’ 메뉴라고도 할 수 있다.
맛집 찾기 힘든 충정로에 안동국수로 유명한 ‘소호정’이 있다. 진한 국물과 보들보들한 면발이 국물에서 느꼈던 지겨움과 올드함을 잊게 만든다.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이 계절, 부장님부터 사원까지 모두가 만족스러운 점심메뉴로 강력추천이다.
소호정의 안동국수는 소박한 국수지만 면을 만들고 고기 국물을 국수에 말아 손님을 접대할 때 내던 음식이다. . 뜨끈한 국물 때문에 겨울 별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햅밀로 만든 여름별미라고. 하지만 이 뜨끈한 국수는 겨울에 생각난다.
소호정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골인걸로 유명하기도 하다. 대통령 재직시절 청와대에 초청해 먹을 정도였다고. 카운터에는 명성을 인증하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있다. 그래서 이 곳은 이른 점심시간에도 매번 만석이다.
국수 단품은 늘 양이 많게 느껴져 이 날은 소호정식으로 주문했다. 소호정식은 전, 메밀묵, 국수, 후식이 제공되는데 국수 외 다른 음식들도 맛 볼 수 있어 거하게 대접받는 기분이다. 소호정의 모든 지점들은 부추김치, 깻잎찜, 배추 겉절이를 밑반찬으로 제공하는데 먹어보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다. 전과 국수에 얹어 먹으면 맛을 한층 더해주는데 진하고 담백한 국수에 화룡점정같은 존재다.
자리를 잡고 수저를 놓으니 메밀묵이 나왔다. 송송 썬 야채와 김치, 김가루를 얹어 먹음직하게 나왔다. 특별히 들어간 건 없지만 꾸밈없는 정직한 맛이 좋았다. 메밀묵에 이어 나온 전. 소호정의 동태전은 특별하다. 전 중에서 동태전이 가장 흔하다고 하지만 소호정 동태전은 특별하게 느껴질 만큼 부드럽다. 내가 그 동안 먹은 게 동태전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느낌이니 소호정에 방문했다면 꼭! 동태전을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입안에 걸리는 가시도 없다.)
동태전을 먹고 있으니 하얀 도자기그릇에 담긴 국수가 나왔다. 항상 느끼지만 하얀 도자기그릇에 담겨있는 국수를 볼 때마다 귀한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뽀얀 국물에 송송 썬 파와 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는데 양이 정말 많다. 소호정 국수면은 다른 국수집 면과 다른 느낌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후 일정한 온도로 하루 이상 숙성해 면을 만드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속이 편안한 국수가 완성된다. 부들부들하고 매끄러운 면발이 쫄깃하니 정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메뉴인 것 같다.
면도 면이지만 국물이 예술이다. 한우 양지고기를 푹 고아낸 국물을 쓰는데 정말 호불호없는 깊은 맛이다. 이 진한 국물이 얇은 면 가락 가락에 배어 국수 한 젓가락만 먹어도 국물까지 마신 기분이 든다. 고기 고명도 먹기 좋은 크기로 들어있어 함께 먹기 좋다. 평소 느끼하고 더부룩하여서 고기국물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소호정 고기국물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느끼하지 않은데 진하고 묵직한 맛이 있다. 깔끔한 부추김치나 배추겉절이와 곁들이면 취향을 떠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점심식사가 될 것 같다.
소호정 / 02-365-3365
서울 중구 서소문로 50 CENTRAL PLACE
매일 11:30~22:00 명절 휴무
국시: 단품 12,000원
모듬전: (소)27,000원/(대) 32,000원
메밀묵: (소) 18,000원/(대) 22,000원
소호정식: 23,000원
하회정식: 26,000원
특선정식: 34,000원
에디터 BANGDI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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