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내가 나를 키워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면’
아주 어릴 때는 지구가 참 천천히 도는 것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종일 놀다 들어오면 그렇게 보람찰 수가 없었다. 하루는 짧았지만 일 년은 길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 감각이 점점 뒤엉켜 간다. 지금도 아침에 나가서 해 진 다음 들어오는 건 그때와 다를 바가 없는데, 하루는 길고 일 년은 짧기만 하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키워 주셨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키워야 하기 때문일까? 역시 책임감과 피로도는 비례하나 보다.
코로나19로 ‘버티는 힘’이 중요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는 특히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밥 잘 먹고 잠만 잘 자도 효도한다며 칭찬받았던 까마득한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리며 나 스스로를 토닥토닥 잘 보살펴 보자. 면역력에 좋고 맛도 괜찮으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무언가가 없을까?
‘네? 녹즙이요? (심호흡)’
마침 풀무원에서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프레시 주스 5종 리뷰 제안이 들어왔다(이 리뷰는 제품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몸에 좋다고 하니 일단 환영이긴 한데… 녹즙 하면 눈 감고 코 막은 뒤 꿀떡 삼켜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셀러리 주스니 케일 주스니 하는 것을 먹어 봤지만 한 모금 삼키고 초콜릿을 5개는 뜯어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과연 풀무원 녹즙주스는 녹즙레벨 0인 에디터 LEE에게 신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29ST 에디터들도 함께 ‘기미상궁’으로 나섰다.
신선한 채소를 챙겨 먹는다는 게 사실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간편하게 오늘 하루의 채소 섭취 할당량(?)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좋은 재료를 쓴 건 기본이고 영양소 파괴를 막기 위해 가열 대신 초고압 살균을 해서 상온에서도 16일 동안 변질 없이 보관 가능하다고. 맛도 다양해서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노니&깔라만시 (120kcal / 5700원)’
입문 장벽 0cm! 녹즙이라기보다는 과일주스?에 가까운 맛. 이제 막 녹즙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이다. 노니 퓨레에 상큼한 깔라만시 과즙, 알로에, 바나나를 넣어 누구든 편안하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과일뿐만 아니라 케일 녹즙도 들어가 있다. 녹즙 하면 연상되는 ‘풀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산뜻하고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것이 장점. 바나나를 넣었다더니 과연 한 병 마시면 속이 든든하다. 다이어터의 아침 대용이나 간식으로 적합할 것 같다.
LYNN 깔라만시라고 해서 엄청 시큼할 줄 알았는데, 상큼하기만 하고 딱 맛있었다.
RAN 깔라만시 주스에 초록색 한 방울 떨어뜨린 맛. 건강 생각 안 하고 그냥 음료라고 여기고 마셔도 될 정도로 맛있다.
JEONG情 노니와 깔라만시가 잘 어울려요. 상큼해서 딱 내 취향!
‘빌베리&마리골드 (165kcal / 6900원)’
회사에서는 하루종일 모니터를 보고 퇴근길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직장인들에게 심심한 위로가 되어 줄 주스다. 성분표를 보니 눈이 밝아진다는 빌베리, 마리골드, 적포도, 아로니아, 당근까지 줄줄이 적혀 있다. 좋은 건 다 털어넣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주스. 뚜껑을 딱 땄을 때는 시큼하고 텁텁한 냄새가 나지만 정작 맛을 보면 포도주스가 생각날 정도로 무난하고 산뜻하다. 노니&깔라만시처럼 입문 장벽이 낮은 주스. 에디터 LEE의 ‘원 픽’?.
LYNN 마시기 전에는 묘하게 구릿한 향이 났지만 마셔보니 맛있다. 역시 베리는 언제나 옳다. 합격!
RAN 포도와 블루베리 사이 그 어느 즈음의 맛. 냄새는 그리 좋지 않지만 건강한 과일주스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충분히 먹을 만 하다.
JEONG情 무난하게 맛있다. 적당히 달콤하고 진하다.
‘케일&셀러리 (120kcal / 4900원)’
아침에 녹즙 한 잔씩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건 알지만, 일어나자마자 눈곱 떼고 출근하기 바쁜 아침 시간에 녹즙 갈아 먹기가 어디 쉬운가. 녹즙 초보에게는 특유의 풋내도 진입장벽인데, 이 주스는 우려했던 풀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유기농 재배한 케일과 셀러리를 즙으로 만들고 사과와 배, 열대과일, 파인애플 즙을 섞은 게 비결이라고. 녹즙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 병 다 마시자 속에서 풀 냄새가 조금 올라오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어린이들도 마실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LYNN 아 이게 무슨 채소 파티인가 했는데… 달달하고 맛있네? 건강한 단 맛.
RAN 적당히 달고 적당히 건강한 맛. 묽어서 후루룩 마시기 좋다.
JEONG情 이름만 보고 으악 하고 겁 먹었는데, 시음해 보니 쓴 맛도 없고 향도 정말 괜찮다.
‘명일엽&헛개 (125kcal / 5700원)’
이름만 봐도 감이 온다. 전날 허리띠 풀고 신나게 달린 사람들을 위한 음료라는 감이. 신선초라고도 불리는 명일엽은 ‘오늘 자르면 내일 새싹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풀이라고 한다. 헛개야 원래 숙취해소음료의 간판급 재료고. 왠지 간밤에 야식과 혼술로 탈탈 털린 속까지 재생시켜 줄 것만 같은 조합이다. 맛은… 나뭇가지 맛이다. 명일엽, 케일, 헛개를 주재료로 삼아 오렌지, 레드자몽 등 각종 과일즙을 첨가했다는데… 과일 맛은 어디로? 한 모금만 마셔도 반나절 내내 속에서 씁쓸한 숨결이 올라온다. 단, 평소 헛개를 즐겨 드신다던 옆 팀 애주가 팀장님은 ‘상큼하고 좋았다’는 시음평을 내렸다. 개인의 헛개력(力)에 따라 감상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듯 하다.
LYNN 나무뿌리 씹는 맛. 건강해지는 기분인데 입안이 아직도 쓰다.
RAN 탄산과 커피를 즐기는 입맛에는 어려운 음료
JEONG情 헛개수 생각하고 시음했다가 큰 코 다쳤다. 마시자마자 한약방에 온 기분이 든다.
‘양배추&브로콜리 (120kcal / 6900원)’
드디어 나왔다, 에디터 LEE를 좌절하게 한 끝판왕 ‘양배추&브로콜리’! 국산 유기농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즙에 파인애플과 망고, 사과를 넣어 양배추 특유의 맛을 잡았다는데… 양배추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버티기 힘든 맛이다. 한 모금 삼키는 순간 생브로콜리와 양배추의 향이 어우러져 말로 할 수 없는(진짜로 말이 안 나온다) 미각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양배추가 그렇게 위장에 좋다는데 왜 맛은 이런 걸까. 이것도 명일엽&헛개처럼 개인별로 취향이 갈리는 듯. 평소 위장보호를 위해 양배추즙을 꾸준히 복용 중이라는 팀장 YOON님은 “무난한데?” 라는 짧고 굵은 한줄평을 남겼다.
LYNN 건강하세요… 이걸 선물로 드릴게요.
RAN 입에 쓴 것이 몸에도 좋다면 아마 양배추즙 먹고 불로장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JEONG情 양배추와 브로콜리의 향이 아주 뚜렷하다. 그대로 착즙했다는 느낌이 물씬.
‘비싼 값을 하네’
프레시주스 5종을 맛보니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단 맛, 원물의 맛과 향이 충실히 느껴지는 품질, 냉장고에 넣어두고 깜빡 잊어도 16일간 너끈히 버티는 저장성.종류가 다섯 가지나 되니 선택의 폭도 넓다.
?직접 마셔본 에디터들의 추천
아침식사 대용: 바나나가 들어 있어 든든한 노니&깔라만시, 빈 속에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케일&셀러리
출출하고 눈도 뻑뻑한 오후 기분전환: 눈에 좋은 재료 탈탈 털어넣은 빌베리&마리골드
전날 넷플릭스 보며 혼술 좀 했다면:숙취 싹 없애 줄 명일엽&헛개
활동량이 줄어 소화가 잘 안 되는 기분이라면:연약한 위장의 수호자 양배추&브로콜리
참, 녹즙은 하루 한 병 마시는 게 딱 적당하다고 한다. 몸에 좋다고 무조건 많이 마시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말씀. 특히 신장과 갑상선이 좋지 않다면 녹즙 음용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건강에 이상이 없고 하루 한 병 이상 마시고 싶다면 최소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마시는 것이 좋다. 오늘은 어떤 걸 마셔볼까?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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