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고 사랑스러운 초식동물 토끼, 귀여운 외모 뒤에는 충격적인 옛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호주 사람들은 토끼 얘기만 나오면 질색을 한다고 하는데요. 19세기 말부터 벌어진 인간과 토끼의 전쟁 때문이라죠?
과거, 광활한 호주 대륙에는 토끼가 없었다고 해요. 1859년 토마스라 오스틴이라는 잉글랜드 농장주가 토끼를 호주로 데려오기 전까지는요.
토마스는 24마리의 유럽 토끼, 5마리의 야생 토끼, 2마리의 메추리를 데리고 호주를 찾습니다.
사냥을 좋아한 토마스는 토끼를 키워 자신의 영토에 풀어놓는데요. 호주에 온 이듬해부터 이웃 농장주와 함께 말을 타며 토끼 사냥을 즐기곤 했답니다.
하지만 그는 간과했습니다. 토끼가 그렇게 번식력이 좋은 동물이라는 것을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토끼를 잡아먹을 매나 여우 같은 천적도 없었죠.
토끼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 바로 호주였던 겁니다. 오스틴의 영지에서 시작해 토끼는 광활한 대륙의 사방으로 번식해 그 수를 늘려갔고, 40년이 채 안 돼 토끼는 오세아니아 전역으로 퍼져나갑니다.
1890년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토끼 개체수는 무려 3600만 마리로 불어났고요. 1926년 오세아니아 전역의 토끼 개체수는 100억 마리를 넘어섭니다. 100억 마리의 토끼, 상상이 되시나요?
산불처럼 번진 토끼는 오세아니아 전역 농업과 목축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힙니다. 100억 마리 토끼가 먹어치우는 목초의 양은 10억 마리 양이 먹을 양과 같았죠.
결국 호주인들은 토끼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전통적인 사냥, 그물, 트랩 등 방법은 물론 당근에 독을 넣는 등 방법으로 전방위 토끼 잡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호주 정부가 나섰습니다.
공군을 동원해 독약을 살포하는 등 화학전에 나서 어느정도 효과를 봤는데요.
하지만 토끼의 번식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화학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토끼는 다시 ‘창궐’했고, 호주는 다시 토끼 천지가 됐죠.
정부가 꺼내든 두 번째 카드는 모기였는데요. 1950년 호주 정부는 모기로 병을 전염시키는 점액류의 균을 미국에서 들여온 건데요.
미국 토끼가 숙주인 이 균이 유럽 토끼에게 매우 치명적이었던 것.
인간과 가축, 다른 야생동물에게는 무해한 이 균은 영국에서 들여온 유럽 토끼에겐 치명적인 독이 되는 거죠. 이 방법은 큰 효과를 거둬 1952년 호주 토끼 중 80~95%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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