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매일 날아오는 재난문자, 지하철 옆 사람이 기침만 해도 괜히 흠칫 놀라게 되는 불안함 속에서 2020년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이라면 역시 ‘지름’이 아니었을까. 합리적이고 만족스러운 소비는 그야말로 ‘테라피’ 수준으로 기분을 전환시켜 주곤 한다. ‘뭘 사야 잘 샀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날까’라는 마인드로 늘 새로운 지름을 찾아 헤매는 29ST 에디터들이 올해 가장 흡족했던 소비를 꼽아 보았다. 사랑은 열린 문, 지름도 열린 문!
*모든 제품/서비스는 에디터들이 소중한 월급으로 직접 구매해 사용했습니다. 광고 전혀 없는 내돈내산 콘텐츠임을 알려드립니다.
‘LEE / ‘갬성’과 수납력을 둘 다 잡은 가방’
착실히 돈을 모아 한 방에 크게 지르는 사람이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들을 여러 개 ‘쫌쫌따리’ 사들이는 사람이 있다. 매달 카드청구액을 확인하고 해킹이라도 당한 것 아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결제 상세내역을 읽어보고서야 ‘아, 다 내가 쓴 게 맞구나’ 하며 초점 잃은 눈으로 청구서를 내려놓는 사람이라면 아마 에디터 LEE와 비슷한 쫌쫌따리족일 확률이 높다.
웬만큼 만족스러운 소비가 아니면 내가 뭘 샀는지 제대로 기억도 못 하는 쫌쫌따리 소비족인 에디터 LEE의 뇌리에 콕 박힌 소비는 바로 가방. 국산 브랜드 엘리팩토리에서 만든 백팩과 크로스백을 구매했다. 평소 캐주얼한 프레피룩 스타일을 좋아하는 패션 취향에 잘 맞을뿐더러 가격도 합리적이다.
자전거·카메라가방 ‘프레피’ BIG사이즈 6만 5500원
‘프레피’시리즈는 고전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사첼백 스타일의 데일리 백이다. 자전거 앞이나 안장에 매달 수도 있고, 안쪽이 푹신하고 파티션을 나눌 수 있어 카메라 가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자전거도 안 타고 카메라도 없는 에디터 LEE는 일상용 가방으로 자주 들고 다니는데 가볍고 튼튼한데다 여닫기 편하고 물건도 많이 넣을 수 있어 매우 만족하며 사용 중. 엘리팩토리 전제품은 최고급 인조가죽을 사용했고 제작 전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딱 보기에도 정말로 튼튼해 보인다.
스몰, 라지, 빅 중에 빅을 구매했다. 빅 가방은 500ml 생수병을 세워서 넣을 수 있을 정도다. 수납력을 생각한다면 빅, 소지품을 적게 들고 다닌다면 스몰이나 라지를 구입하면 될 듯. 가벼운 외출을 생각해서 앙증맞은 스몰 사이즈를 하나 더 살까 생각 중이다.
카메라도 없는데 카메라가방을 샀고, 노트북이 없지만 노트북백팩을 샀다. 15인치 노트북이 수납되는 사이즈다. 남들 후기를 보니 일본 초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란도셀’ 가방 같다는 얘기가 은근히 많다. 가방 앞면에 쭉 박혀있는 금속 징 장식과 각 잡힌 직사각형 모양, 버클, 튼튼한 어깨끈 등 여러 모로 개성적인 디테일이 살아있는 가방이다. 손에 들었을 때는 묵직하지만 어깨에 메면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특징. 짐을 많이 넣으면 불룩해져서 멋이 없으므로 노트와 필기구, 책 한 권과 작은 파우치 하나 정도 넣으면 딱 좋다.
‘JEONG情 / 효도도 하고 나도 챙기고’
직장인이 된 딸이 차곡차곡 돈을 모아 부모님께 처음으로 사드린 가전인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그릇을 좋아하는 엄마는 식사때마다 수저받침부터 시작해 꺼내지 않는 그릇이 없다. 식기세척기 구매 이후에는 아무리 많은 그릇을 써도 설거지 부담이 없어져 정말 잘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릇에 묻은 큰 음식물만 제거한 뒤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리면 물때 하나 없이 뽀득뽀득 깨끗하게 설거지가 완료된다. 30분간 서서 닦았을 그릇의 양도 10분 만에 식기세척기에 넣어버리고 버튼 하나 누르면 땡이다. 오히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설거지를 할 때보다 잔류세제도 덜하다고 하니 안심도 된다. 소음도 크지 않고 디자인도 예뻐서 더 크게 만족! 삶의 질이 대폭 상승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해외 직구로 구매한 아페쎄 엘라 미니백. 콤팩트한 사이즈에 앞에 포켓이 달려있어 카드처럼 자주 쓰는 물건을 넣어놓기도 편한 가방이다. 내부 사이즈는 쿠션 파운데이션, 립스틱, 카드지갑, 휴대폰 정도가 딱 떨어지게 들어가는 사이즈다. 요즘엔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화장품도 이 정도만 들고 다녀 공간이 부족하단 느낌은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어떤 코디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려서 굉장히 자주 들게 된다는 거다. 사놓고 잘 들게 되지 않는 가방들이 있는데 이 가방은 정말 자주 메고 다닌다. 한 해 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 구매해 하루하루 굉장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BANGDI / 나를 위해 투자하기’
올해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복직 후 육아에서 잠시 해방된 탓일까? 점점 늘어나는 몸무게가 심상치 않다. 건강한 습관을 다짐한 후 갤럭시 유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타사 제품들은 보지도 않고 선택했다. 갤럭시 유저들은 핸드폰과 연동할 수 있어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고 간단한 답변도 가능하다. 또한 전화가 오면 진동이 울려 전화가 왔음을 알려준다. 육아 때문에 휴대폰을 자주 보지 못하는 에디터 BANGDI에게는 이런 뜻밖의 기능들이 정말 유용했다.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기능도 정말 신기했는데 친정집만 가면 내려가는 스트레스 지수를 통해 ‘이거 정말 과학적이네!’라고 느꼈다. 삼성 헬스 앱과 연결돼 수면 기록도 볼 수 있는데 얕은 수면부터 깊은 수면까지 나눠져 얼마나 질 높은 수면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볼 때마다 건강해지려는 생각과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조금 더 걸으려고 하거나 물 한 잔이라도 더 마시려고 하는 ‘건강한 습관’에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EMS트레이닝 1회 6만 6000원(10회 결제) / 업장마다 가격 상이
일, 집, 육아가 하루 일과인 무료한 일상에 활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나만의 솔루션이 EMS트레이닝이었다. 20분 운동이면 6시간 운동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EMS트레이닝은 점심시간을 이용하기에 딱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운동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활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저주파 자극을 버티며 여러 가지 동작들을 통해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하는데 짧은 시간이라고 얕볼 게 아니다. 체험해본다면 버티는 30초, 1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느끼는 근육통을 통해 자신의 체력이 얼마나 바닥이었는지도…
에디터 BANGDI는 EMS트레이닝을 통해 운동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더 좋았다. 다만 이 시간은 매우 비싸다는 것.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24시간 중 1시간도 내 시간이 없는 워킹맘들에게는.
‘RAN / 긁고 또 긁은 것들 중 너희가 최고야’
올해도 부지런히 카드를 긁었다. 고액부터 소액까지 아주 다양하게도 샀다. 그중엔 사고 나서 후회한 것도 있고 반대로 사고 나서 스스로를 칭찬한 아이템도 있다. 그래서 1년간 내돈내산 아이템 중 가격 대비 만족도가 아주 높았으며, 남들에게도 사라고 추천하고 싶은 제품 딱 2개만 골랐다.
구전(口傳) 마케팅의 좋은 예라고 해야 할까. 에디터 LYNN이 하도 좋다고 하길래 반신반의하며 샀던 PH 드롭의 필라그린 크림은 이제 평생 품고 갈 화장품이 됐다. 건성인들의 오아시스 같은 이 제품을 보고 ‘이 듣보 브랜드는 뭐지?’라고 했던 과거의 나를 매우 치고 싶을 정도. 아침까지 유지되는 촉촉함과 끈적이지 않는 흡수력까지 건조한 겨울에도 이 크림 하나면 걱정 없다. PH 드롭 관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제가 계속 써야 하니까 절대 망하시면 안됩니다”
커피값으로 나가는 돈에 대한 아까움과 커피 사러 나가는 귀찮음이 더해져 일리 커피머신을 구매했다. 일리 머신을 산 이유는 캡슐이 맛있다고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간 차지 안하는 크기와 깔끔한 디자인에 끌려서. 머신을 산 이후 삶의 질은 한 200%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커피가 당길 때 마다 커피 사러 나갈 일도 없고, 밤에도 디카페인 캡슐을 내려 마시면 불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커피 머신은 집으로 들여 평생 함께 해야 할 반려 가전이 확실하다.
‘LYNN / 이 시국엔 몸관리 해야지’
젝시믹스XEXYMIX 운동복: 케리 네오코랄 / 블랙라벨 하이플렉시 에어로 8.5부 / 요가삭스총 5만 3000원
수도권 확진자가 쏟아지며 2.5단계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됐던 8월, 운동시설에 방문하는 것이 찝찝했던 에디터LYNN은 시국에 맞게 홈트레이닝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운동은 장비 빨이라는 굳은 신념 하에 구매했던 제시믹스의 상하체 운동복. 제대로 된 운동복을 입으니 땀이 나도 금방 마르고 몸 자체가 가볍게 움직였다. 몸의 라인을 잡아줘 근육의 모양이 변화하는 것을 세세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자체 보정으로 라인이 좀 더 예뻐 보이는 효과까지 생겨 운동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준 것도 선정 이유에 한몫했다.
평소 입에 ‘아 배 아파’를 달고 살 만큼 예민한 장을 갖고 있던 에디터 LYNN은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유익 유산균 체내 분포량을 A-D등급으로 매겼을 때 D등급 최하위 군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장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다니. 그 즉시 유산균을 구매하기로 했다. 유산균 종류에는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가 있는데 이중 나에게 부족한 것은 프리바이오틱스였다. 이것저것 비교해본 뒤 구매한 유산균은 피토틱스 화이트. 프락토 올리고당과 아연이 함유돼있어 장내 유익균 증식과 면역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꾸준히 섭취한 지 약 3달이 지났고 최근 들어 배 아프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않았다. 건강을 챙기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2020년, 최고 구매로 선정한다.
29STREET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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