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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누군가가 떠나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지요. 지난 6일, 아름다운 음악으로 감동을 선사하던 이탈리아의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향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존 윌리엄스, <라이온 킹>의 한스 짐머와 함께 영화음악 3대 거장으로 손꼽히던 그는 1960년대에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등 서부극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수백 편이 넘는 작품의 음악을 작곡하여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일단 노래를 들으면 ‘아~ 이 노래!’ 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 많이 있죠. ‘넬라 판타지아~’ 라는 첫 가사로 유명한 ‘Nella Fantasia’의 원곡인 영화 <미션>의 ‘Gabriel’s Oboe’, 250분이 넘는 대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감동을 더한 ‘Deborah’s Theme’ 등이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함께한 작품들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섬세한 멜로디에서 시작해 악기들의 화음이 절정을 이루면서 영화에 감동을 더하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정한 엔니오 모리꼬네 & 주세페 토르나토레 페어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시네마 천국>의 ‘Love Theme for Nata’’
역시,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엔니오 모리꼬네 조합하면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손꼽히고 있는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도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음악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시골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을 담고 있는 영화로, 알프레도가 토토를 위해 모아두었던 필름을 보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름다운 멜로디로 찡한 감동을 더합니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Nocturne With No Moon’’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피아니스트의 전설>에는 호화 여객선의 전담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주인공 나인틴헌드레드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다양한 피아노 연주곡이 쓰였는데요. 그 중에서도 나인틴헌드레드가 배에서 만난 노신사와 바다의 소리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연주하던 이 곡이 생각납니다.
쓸쓸한 피아노 멜로디와 함께 어우러지는 아코디언이 인상적인데요. 이외에도 주인공의 짝사랑을 나타낸 ‘Playing Love’ 역시 영화를 대표하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크릿 레터>의 ‘Una stella, miliardi di stelle’’
지난 2016년에 개봉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최신작이자 엔니오 모리코네가 사망 직전 마지막으로 음악을 담당한 영화 <시크릿 레터>. 제레미 아이언스, 올가 쿠릴렌코 등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아쉽게도 작품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군요.
하지만 역시 음악은 아름답습니다. ‘하나의 별, 수십억의 별’이라는 제목으로 13분이라는 긴 길이에도 하나씩 쌓이는 악기들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몰입하게 되는데요, 노래를 들으면서 의외의 영화에 영업 당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956년에 데뷔하여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음악으로 관객들을 감동시킨 그. 앞으로는 편안하게 쉬기를. R.I.P, Ennio Morricone.?
최지원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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