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조미료를 쓰지 않은 2% 부족한 맛.”
감칠맛 나는 조미료를 굳이 마다하고 2% 부족한 맛이라며 당당하게 선전포고하는 식당 ‘비진도’입니다. 여기서 조미료라 함은 소금이나 후추가 아니라 ‘마법의 가루’ 겠죠. 좋다는 재료를 다 써 봐도 어머니 손맛이 안 나서 고민하다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한 숟가락 듬뿍 퍼서 넣었더니 “그래, 이 맛이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는 감동실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 가루 말입니다.
‘조미료 쓰는 게 죄도 아니고, 2% 부족하게 만들 바에야 조미료 넣어서 100% 꽉 찬 맛을 내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이 집과 맞지 않을 수도 있… 지만, 그래도 한 번 맛이라도 보기를 추천합니다. 놓치기 아까운 맛이거든요. 에디터 LEE처럼 슴슴하고 담백한 걸 좋아한다면 고민없이 바로 가시면 됩니다.
비진도 해물뚝배기 충정로직영점
서울시 중구 중림로 9-4 / 02 393 2867
‘든든하면서도 속 편안한 한 끼
’
가게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해물뚝배기입니다. 조개와 새우, 콩나물로 뽀얗게 우려낸 국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개탑을 쌓은 다음 그 위에 반들반들하게 데친 낙지 한 마리를 떡 하니 올린 비주얼이 인상적이죠. 여기에 완도산 전복 하나를 올리면 전복 해물뚝배기! ‘해뚝’과 ‘전해뚝’ 하나씩 시켜 보았습니다.
해물뚝배기 1만 2000원
전복 해물뚝배기 1만 5000원
점심식사로 먹기에는 상당히 비범한 가격입니다. 8000원짜리 해물 된장뚝배기도 식사용으로 무난합니다만, 오늘은 시그니처 메뉴를 먹어보기로 했으니 기력 보충한다 생각하고 과감하게 시켜 봅니다.
‘만족스러운 비주얼, 군더더기 없는 맛’
덜어 먹을 접시와 개인별 소스 종지, 밑반찬이 나오고 오래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물뚝배기가 등장합니다. 아마 국물이 팔팔 끓고 있겠지만 조개탑 때문에 뚝배기 안쪽 상황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맨들한 낙지의 자태?에 시선을 강탈당하며 사진 몇 장 찍고 나면 이제 손질할 시간입니다. 같이 나오는 집게와 가위를 들고 낙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고, 조개 껍데기도 분리해 줍니다. 조개 신선도와 청결도도 만족스럽고 해감도 잘 되어 있습니다. 조개 양이 꽤 많아 한참을 발라내야 하지만 그 번거로움조차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어느 정도 조개껍데기를 치워놓고 나면 뽀얀 국물을 맛볼 수 있는데요. 마법조미료는 쓰지 않았지만 조개+콩나물+마늘+약간의 고춧가루 효과로 개운하고 칼칼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비린내와는 다른 ‘바다 맛’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에디터 LEE조차 ‘이건 해장국이다’ 생각이 절로 나게 만드는 맛입니다. 앞에 앉은 애주가 에디터 JEONG情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습니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왠지 보양식 먹은 기분이 느껴집니다. 여름 보양식이라고 꼭 닭만 먹으라는 법 있나요? 깔끔하게 완식完食!
JEONG情 “2% 부족하지 않은데요? 꽉 찬 맛이에요!”
LEE “언제 와도 깔끔한 맛! 유일하게 아쉬운 건 내 지갑 정도?”
이 집, 이럴 때 추천
기력 보충이 필요할 때
전날 술을 마셨을 때
이럴 때는 비추천
주머니가 가벼울 때
슴슴한 맛보다 확실한 감칠맛을 원할 때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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