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어떤 메뉴 찾으세요? 빵은 어떤 거로 할까요? 야채 빼는 거 있나요? 소스는 어떻게 할까요?”
메뉴를 만들 때 손님의 선택을 하나하나 물어보는 써브웨이. 내가 먹고 싶은 대로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지만 수많은 질문의 압박을 견뎌야 하기에 처음 시도하기까지의 장벽이 높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 써브웨이에 방문했을 때 원하는 메뉴를 주문(主文)하기 위한 주문(呪文) 같은 대본을 적어갔을 정도니까요. 샌드위치 하나 먹고 싶을 뿐인데 취조당하는 기분…
첨단사회로 접어들면서 키오스크를 이용한 무인 주문, 인터넷을 이용한 선주문 시스템을 도입한 브랜드가 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써브웨이야 말로 주문용 앱이 필요한 브랜드라고 입을 모아 말했지만 써브웨이는 꿋꿋이 구두 주문을 고수했는데요. 드디어 써브웨이 주문용 앱이 지난 6월에 출시되었습니다.
써브웨이를 좋아하지만 귀찮은 설치는 즐기지 않는 쵸이?가 큰맘 먹고 도전해보았습니다. “써브웨이 주문 앱”.
‘이거 평점이 왜 이래?!’
지난 6월 24일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된 써브웨이 앱. 출시 한 달이 지난 지금 사용자 평점은 각각 2.3점과 2.1점을 기록했습니다. 보통 앱이 이렇게까지 낮은 경우는 본 적이 없는데요. 게다가 큰 팬덤을 가진 써브웨이가 이럴 줄이야. 무슨 일인 거죠?
사용방법은 간단합니다. 회원가입을 하고 매장 선주문 혹은 배달 주문을 선택한 후, 픽업할 매장을 선택해 메뉴를 주문하면 되는 거죠. 앱을 이용한 주문의 특성상 선결제만 가능하며 주문한 후 매장에 방문하여 완성된 샌드위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써브웨이답게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하는 데에도 선택할 것이 많습니다. 메뉴, 빵, 야채, 추가 메뉴, 소스, 사이드 메뉴까지 열심히 고른 당신,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쯤 되니 이런 궁금증이 생기겠죠.
이 과정을 말로 하지 않고 앱에서 해결하니 나름 괜찮은 거 아닌가? 왜 평점이 별로인 건데?
‘물론 장점도 있지만…’
우선 장점부터 이야기해볼까요?
복잡한 주문을 앱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이게 이 앱의 존재의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하는 조건을 일일이 말하는 것도 귀찮고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면 주문하는 줄만 해도 굉장히 길어지거든요. 앱으로 선주문을 하면 오래 기다리는 것 없이 바로 따뜻한 샌드위치를 받아볼 수 있죠. 자체 꿀 조합을 추천해주는 것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사실 써브웨이는 워낙 메뉴가 다양하다 보니 늘 먹던 조합으로만 먹게 되는데 새로운 조합을 편하게 시도할 수 있어 나름 만족하는 기능입니다.
‘단점이 훨씬 많은 써브웨이 앱’
그 이외의 모든 것이 이 앱의 단점이라 문제입니다.
가장 불편한 것이 ‘나만의 조합’을 등록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말로만 하지 않을 뿐이지 매번 메뉴, 빵, 야채, 소스… 이거 고르는 거 귀찮잖아요. 자주 먹는 조합을 즐겨찾기로 등록해놓으면 얼마나 편할까요. 비슷하게 음료 커스텀을 다채롭게 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앱은 ‘나만의 메뉴’ 기능이 있어 언제든 편리하게 자주 먹는 커스텀 음료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써브웨이 앱에는 그런 기능이 없으니 매번 다시 고를 수밖에 없는 거죠. 소비자들이 뿔난 것도 이해가 갑니다. 실제로 미국 써브웨이 앱에는 ‘My Favorite’ 기능이 있어 언제든 자주 먹는 조합으로 쉽게 주문할 수 있는 걸요. 한국 써브웨이 분발해야겠습니다.
샌드위치 조합에 ‘자유도’를 강조한 써브웨이이지만 앱을 사용하면 선택지가 매우 좁아진다는 점 역시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추천 꿀조합을 선택한 경우에는 다른 옵션으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진성 오싫모인 제가 위의 터키 추천 꿀 조합에서 오이만 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거죠.
단순한 재료 선택 이외의 주문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사실 써브웨이는 재료를 고르는 것 말고도 샌드위치 제조 과정에서 직원에게 다양한 부탁(?)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꼭 빵을 파고, 치즈를 데우면서 양파와 피망을 함께 데워달라고 부탁하죠. 그렇게 먹으면 더 맛있거든요. 하지만 앱에서 주문하면 이런 세세한 주문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빵 파기 옵션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앱 리뷰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은근히 불편하다고요 이거.
‘아직 믿습니다 한국 써브웨이’
서비스 초기여서 그런지 앱이 불안정하다, 결제가 안 된다 등 앱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앱 선주문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매장도 아직 많고요. 29STREET 편집팀에서도 앱이 출시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 홍보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세를 펼치고 있는 써브웨이. 이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앱 운영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최지원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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