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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뒤흔든 마스터피스…거장의 섬세한 시선에 극찬 쏟아진 ‘SF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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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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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AI 시대를 향한 거장의 고민이 담긴 작품이 스크린을 찾아온다.

세계적인 거장은 인공지능(AI)이 도래할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에 관해 화두를 던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의 해체와 치유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온 감독이다. 이번 영화는 세상을 떠난 자식을 대체하기 위해 가정으로 유입된 7세 설정의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기쁨과 언제 다시 외면당할지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서사를 그렸다.

이번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전 세계 영화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0번째 칸 진출작인 ‘상자 속의 양’은 ‘어느 가족’ 이후 8년 만에 그가 직접 집필한 일본 오리지널 각본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더 높였다. 개봉을 앞둔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봤다.

‘상자 속의 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온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AI를 소재로 담은 많은 작품이 디스토피아적 분위기 속에 어두운 미래를 그려왔다. 이번 작품 역시 자칫 서늘하고 기괴한 공상과학 스릴러로 변주될 수 있는 설정이 중심에 있다. 그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를 완전히 뒤집는 전개를 택했다.

해외 매체들은 일제히 “사이버펑크의 악몽이 될 법한 소재를 애틋한 잔혹 동화로 승화시켰다”라며 ‘상자 속의 양’에 찬사를 보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나 시스템의 모순을 고발하는 걸 지양했다. 대신, 새로운 기술을 마주한 인간이 내리는 정서적 선택과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공존에 관해 말하며 뭉클한 순간까지 나아간다.

영화는 자식을 잃은 슬픔 속에서 기계 소년을 아들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부의 삶을 가까이서 관찰한다. 아들을 향한 그리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럼에도 삶을 지속해야 하는 부부의 고민과 갈등이 섬세하게 담겼다. 이는 과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명작인 ‘아무도 모른다’의 소외된 아이들, ‘어느 가족’의 대안적 연대, ‘공기인형’의 생명을 얻은 사물의 계보를 영리하게 계승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함없이 유효한 인간존중의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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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들이 뿜어내는 정서적 온도 차와 내밀한 호흡은 극의 설득력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축이다. 먼저, 이번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아야세 하루카의 재회로 화제가 됐다. 두 영화인은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후 11년 만에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일본의 톱배우 아야세 하루카는 상실의 고통을 딛고 어떻게든 다시 삶의 궤도로 진입하려는 아내 오토네 역을 맡았다. 섬세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 그의 연기에 해외 평단은 “감독의 감수성과 완벽하게 조응하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따뜻함”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의 파트너는 일본 예능계를 대표하는 다이고가 맡았다. 그는 아들의 빈자리를 로봇으로 채우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거부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편 켄스케를 연기했다. 그는 예능과 코미디에서 축적한 생활감 있는 리듬을 적극 활용해 캐릭터를 표현했다. 무심함과 다정함이 함께 드러나는 켄스케의 얼굴은 현실성을 강화하며 몰입감을 높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이고의 캐스팅을 직감에 가까운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야세 하루카와 다이고의 매력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들의 케미가 좋았던 덕분에 부부의 장면의 비중이 예상보다 더 많아졌다며, 두 사람의 케미를 더 기대하게 했다.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속도가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부딪히며 만드는 불협화음과 화해의 과정은 현실 부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투영하며 뭉클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소년 카케루 역의 신예 쿠와키 리무가 가세해 단순한 기계 이상의 묘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상자 속의 양’은 완벽한 균형을 이뤄냈다.

영화는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에 관한 메시지를 담았다. 생텍쥐페리의 고전 소설 ‘어린 왕자’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상자 속의 양’은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사랑을 증명하는 이야기다. 극 중 인물들은 눈앞의 휴머노이드라는 형체를 바라보며 세상을 떠난 아들의 기억과 보이지 않는 감정의 가닥들을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보이지 않아도 상자 안에 양이 살고 있다고 믿는 어린 왕자의 마음처럼, 기계라는 껍데기 너머에 잔존하는 사랑을 탐구하는 과정이 차분히 펼쳐진다.

‘상자 속의 양’은 상실의 아픔과 외로움을 기술로 극복하려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존재, 혹은 기계가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묻는다. 동시에 이것의 윤리성에 관한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지기도 한다. 성큼 다가온 AI의 시대에 마주할 법한 일이기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래를 만날 수 있는 ‘상자 속의 양’은 오는 10일 개봉해 베일을 벗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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