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홍진혁 기자] 보육기관의 폐업,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대한민국의 가족들이 다자녀를 두기 어려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EBS ‘다큐멘터리 K –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골든타임’ 3부에서는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결혼을 하면 둘은 낳아야’란 말은 옛말이 돼버렸다. 저출산이 심화되는 상황, 기본 자녀 둘에서 한 자녀로 자녀 수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2023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0.72명. 2015년 출생아 수는 약 44만 명에서 2023년 약 23만 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둘째아 이상 출생아 수는 2016년 20만 선이 붕괴되더니 지난해 사상 처음 1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7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우리 사회, 둘째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첫째아를 낳은 이후, 둘째아 출산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에 출산을 가로막는 본질적인 이유들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둘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BS ‘다큐멘터리 K –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골든타임’ 3부에서는 저출산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둘째아 출산을 집중 조명한다. 둘째를 망설이는 부부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진선미 씨는 불과 몇 년 전, 대기 신청까지 하며 어렵게 들어갔던 어린이집이 최근 원아 부족으로 폐업한 사실을 알고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했다. 결혼을 한 주변 지인들을 봐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아도 자녀는 1명이란 분위기가 대세다. 선미 씨 부부는 자녀에게 동생을 만들어주는 대신, 주말이면 외동 자녀를 둔 가족들과 캠핑을 즐긴다. 그렇게나마 형제가 없는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엔 온라인을 통해 외동 가족끼리 모여 단체 캠핑을 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둘째가 사라지면서 생긴 새로운 문화다.실제 우리 사회 둘째는 얼마나 줄었을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첫째아 출산 비중은 60.2%로 둘째, 셋째아 이상의 출생아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는 출생아 10명 중 6명이 외동이란 의미로, 둘째, 셋째를 낳지 않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캠핑에 참여한 외동 가족들은 둘째가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낳을 결심까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늦은 결혼, 난임,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경제적인 이유 등 외동 가족들이 둘째를 망설이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만약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다고 하면, 남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보다 진솔한 얘기를 듣기 위해 둘째 출산하는 고민하는 30대 젊은 남편들을 대상으로 실험카메라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둘째 임신에 대한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고민들이 쏟아졌다. 둘째 출산과 동시에 생기는 비용 문제에서부터 첫째 등하원 문제까지.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부부가 자녀를 둘 다 양육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부부가 온전히 아이를 돌볼 수 없다면?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 교육 등에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면?그럼에도 둘째를 낳는 게 과연 옳을까? 실험에 참여한 부부들은 여러 질문을 던졌다. 덧붙여 고비용이 드는 현재 양육 환경과 양육을 위해 가족 중 누군가가 전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둘째 출산은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연 주택 가격이었다. 첫째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주택 가격은 30.4%, 전년도 출산율은 27.9%, 사교육비는 5.5%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둘째 자녀의 경우 주택가격 요인은 28.7%로 다소 낮아지고 사교육비 영향력이 첫째 때보다 훨씬 뛰어 9.1%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셋째 출산의 경우 14.3%로 더 높아진다. 이는 둘째 자녀 이상 출산을 위해서 사교육비 경감이 중요한 숙제란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둘째가 사라지는 현상은 이 시대를 사는 가족이 택한 생존 전략이란 데 의견을 모았다. IMF 이후, 경쟁은 더 심화됐고 가족은 살아남기 위한 성공 전략으로서 둘째 출산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족을 희생시켜 경제가 발전하고 직장 조직이 돌아가는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인식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높은 주택 가격, 사교육비 그리고 대학 입시 경쟁으로 대표되는 과열화된 경쟁 구도가 해소돼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홍진혁 기자 hjh@tvreport.co.kr / 사진= EBS ‘다큐멘터리 K –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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