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유지호 기자] 일본 가부키 배우 이치카와 단조(본명: 이치카와 카즈오)가 11월 19일 향년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인 가부키를 대표하는 배우로 사랑받은 고인은 폐렴과 합병증인 패혈증성 쇼크로 생을 마감했다. 소식은 23일 소속사 쇼치쿠가 발표했으며, 장례와 고별식은 가족들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이치카와 단조는 1951년 5월 29일 도쿄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부키의 대표적 명문가 출신으로, 할아버지는 제8대 이치카와 단조였다. 1956년 가부키좌 공연 ‘요시츠네 천본벚꽃’에서 이치카와 긴노스케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이후 제2대 오노에 마츠미도리 밑에서 수학하며 가부키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1987년 ‘때는 지금, 키쿄의 깃발’ 등의 공연에서 활약하며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제9대 이치카와 단조를 계승했다.
단조는 일본무용 카시와기류 10대 종가로도 활동하며, 가부키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약했다. 특히, 키쿠고로 극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무대와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요시츠네 천본벚꽃’의 무사시보 벤케이, ‘모누키’의 하켄 겐바, ‘카미유이 신자’의 야타고로 겐시치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가부키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그의 마지막 공연은 올해 5월 가부키좌에서 열린 ‘사천냥짜리 동전 매화잎’에서 스미노 잉쿄 역이었다. 이 공연에서도 단조는 그의 특유의 깊이 있는 연기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는 배우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국립극장 양성 프로그램에서 가부키 배우 지망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썼다.
이치카와 단조는 수많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제19회 마야마 세이카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일본 예술계는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후배들과 동료들은 “전통 가부키의 정신을 몸소 보여준 거장이었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유지호 기자 rjh@tvreport.co.kr / 사진= 이치카와 단조, Kabuki on the web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