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미 연방수사국(FBI) 최악의 흑역사가 드러났다.
24일 오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 빌런 극장’에서는 FBI 때문에 3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리처드 웰셔 주니어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1987년 미국 일리노이주(州) 디트로이트에서 조직원 수십명을 거느린 대형 마약상이 체포됐다. 놀랍게도 마약상의 정체는 17세 소년 리처드 웰셔 주니어.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웰셔 주니어는 “FBI를 도운 건 내 인생 최대 실수”라며 FBI를 비난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총기 판매상인 아버지 월셔 시니어를 통해 한 남성을 알게 된 웰셔 주니어. 남성은 FBI 요원 짐 딕슨이었다. 아버지는 당시 디트로이트 암흑가의 거물 ‘커리 갱단’과 가까운 사이였고, 딕슨은 월셔 시니어에게 범죄 혐의와 갱단 정보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때 웰셔 주니어가 “아버지의 범죄 혐의를 지워주면 갱단 정보를 넘겨주겠다”며 나섰고, 딕슨은 고민 끝에 웰셔 주니어를 정보원으로 발탁했다.
당시 14살이었던 웰셔는 FBI 역사상 최연소 정보원이었다. FBI 지시로 커리 갱단에 가입, 마약 거래까지 불사하며 순식간에 핵심 조직원으로 자리잡은 웰셔 주니어. 그러나 13살 소년 데미언 루카스 살인 사건으로 FBI와 관계가 틀어지며 악몽이 시작됐다.
루카스 살인 사건에 갱단, 경찰은 물론 디트로이트 현직 시장까지 개입돼 있다는 걸 알게 된 웰셔 주니어. FBI 수뇌부에 곧장 이 사실을 알렸지만, FBI의 선택은 수사가 아닌 ‘정보원 제거’였다. 14살 소년을 정보원을 활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여론 비난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
실제 FBI는 청부 살인업자를 고용, 웰셔 주니어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행히 가족이 빠르게 발견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한동안 웰셔 주니어는 배변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했다. 웰셔 주니어를 죽이는 데 실패한 FBI는 새로운 작전에 돌입했는데, 바로 그를 ’10대 마약왕’으로 조작하는 것.
집에 8㎏ 분량의 코카인을 소지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웰셔 주니어는 재판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법원은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014년 한 기자의 집요한 취재를 통해 진실이 밝혀졌고 2019년 가석방을 허가받았다.
리처드 웰셔 주니어는 “내 32년은 돌려받을 수 없다.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졌다”며 “FBI의 거짓말이 내게서 모든 걸 앗아갔다”고 비난했다. 그는 2021년 아동 학대 혐의로 FBI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공소시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2년 뒤 기각됐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 캡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