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한국 영화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영화를 반값으로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에 가장 많은 관객이 찾은 영화는 무엇일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8일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63,375명을 기록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이하 ‘에이리언’)였다. 그리고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49,720명), 파일럿(38,40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로써 ‘에이리언’은 13일 연속오피스 정상을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누적 관객 수는 137만 명으로 ‘베테랑 2’ 개봉 전까지 다른 경쟁작이 없어 흥행을 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에이리언’과 비슷한 시기, 혹은 더 늦게 개봉했음에도 주목받지 못한 채 줄줄이 퇴장을 앞둔 영화가 많다는 건 씁쓸한 일이다. 더불어, 영화계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에이리언’보다 한 주 먼저 개봉한 ‘리볼버’는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전도연, 임지연, 지창욱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것에 비해 아쉽다. ‘에이리언’과 같은 날 개봉한 ‘행복의 나라’는 ‘파일럿’의 조정석과 故이선균의 유작으로 주목받았지만, 현재까지 65만 명의 관객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혜리 주연의 ‘빅토리’는 32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들보다 늦게 개봉한 박성웅 주연의 ‘필사의 추격’ 역시 개봉 2주차임에도 10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하며 고전 중이다.
이번 여름 한국 영화의 침체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최근 대두되는 의견으로 비싼 티켓 가격이 있다.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최민식이 “극장 값이 많이 올랐다. 그렇게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것. 하지만, 같은 가격이었던 ‘에이리언’엔 많은 사람이 모았다. 대체 무엇이 ‘에이리언’의 비싼 티켓 가격 저항을 뚫게 했을까.
이번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극한의 긴장감이다. 좁은 공간에서 미지의 생명체가 조여오는 스릴이 일품이다. 공포 영화에서 볼 법한 구도와 이미지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는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공이 크다. 그는 ‘맨 인 더 다크’라는 영화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 어둠을 활용한 공포를 극대화한 경험을 ‘에이리언’에 이식했고, 덕분에 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특히, 이런 연출은 거대한 스크린에서 더 부각되고, 영화의 몰입도를 더 높이는데 기여한다. 즉, ‘에이리언’은 영화관에서 볼만한 가치를 제시해 냈다. 여기에 이야기의 완급조절이 뛰어나 상영 시간 내내 지루할 틈이 없어, 원초적인 재미도 충족할 수 있었다. 이런 면들이 입소문을 탄 덕분에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돈 내고 볼만한 영화엔 기꺼이 돈을 쓴다’라는 걸 보여줬다.
물론, 관객수가 많은 영화가 반드시 좋은 영화라는 보장은 없다. 앞서 흥행에 고전한 작품들이 안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영화관 부흥을 위해 관람 환경에 적합한 영화를 고민할 시기가 온 것은 확실하다. 현대의 영화 산업이 직면한 큰 과제 중 하나는 관객의 영화관 방문이 낯설어 진다는 데 있다. 발길이 끊긴 영화관에 사람을 다시 찾게 하고, 관람 경험을 더 익숙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영화산업에 있어 진정한 엔데믹 선언이 될 것이다.
OTT 플랫폼을 비롯해 다양한 창구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 좋은 이야기를 가진 영화만큼이나 거대한 스크린과 암실을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을 전략적으로 고민할 때다. 아니면, 함께 볼 때 더 즐겁고 재밌는 영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극장 가격은 진짜 문제가 아니다. 관객이 돈 내고 티켓을 살만한 요소를 충족하는 것, 그것이 진짜 문제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리볼버’·’행복이 나라’·’빅토리’·’필사의 추적’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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