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불운’을 가장한 ‘행운’이었다.
4일 오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2010년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벌어진 에이브러햄 셰익스피어 살인 사건이 소개됐다.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중 복권 1등에 당첨, 하루 아침에 3000만달러(408억원)의 돈방석에 앉은 셰익스피어. 그러나 당첨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그를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자 일면식이 있던 사업가 도리스 무어에게 재산 관리를 위탁했다.
지인들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1년 만에 당첨금 절반을 써버린 셰익스피어. 무어를 만나면서 불행 끝, 행복 시작일 것 같았지만 어느 날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을 피해 일부러 잠적한 게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어머니만은 셰익스피어가 납치됐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얼마 전 셰익스피어에게 받은 편지 때문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셰익스피어는 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보내온 편지는 단어, 문법 오류 하나 없이 완벽했다. 즉 셰익스피어가 아닌 제삼자가 썼을 가능성이 큰 상황.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실종 얼마 뒤 셰익스피어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것. 하지만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셰익스피어가 아니었다. 누군가 셰익스피어스를 사칭한 것이었다.
경찰은 세 사람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첫 번째 용의자는 셰익스피어의 트럭 운전사 친구 마이클 무어. 3년 전 셰익스피어 대신 복권을 사다준 무어는 당첨금 절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셰익스피어에게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한 적이 있었다.
두 번째 용의자는 셰익스피어 사칭범 그레그 스미스. 스미스는 과거 셰익스피어와 같은 공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경찰은 스미스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재산 관리인 무어가 진범이었던 것.
알고 보니 무어는 재산 관리를 빙자해 셰익스피어의 전 재산을 탕진했다가, 이를 셰익스피어가 알게 되자 권총으로 살해한 뒤 암매장했던 것. 셰익스피어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것도, 스미스를 시켜 엄마에게 사칭 전화를 건 것도 모두 무어의 짓이었다.
무어의 범행이 마침표를 찍은 건 죄책감을 느낀 스미스가 경찰에 모든 사실을 실토하면서였다. 경찰은 스미스와 공조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시신이 묻힌 장소를 알아냈고, 무어를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셰익스피어의 시신은 실종 4년 만인 2010년 가족에게 돌아갔다. 무어는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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