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나연 기자] 방송인 이경규가 촬영 중 공황장애로 쓰러졌던 일화를 밝혔다.
10일, 온라인 채널 ‘르크크 이경규’엔 은지원이 출연해 이경규와 이야기를 나눴다.
영상에서 이경규는 “단독 정상회담은 처음”이라며 은지원을 반겼다. 은지원은 과거 이경규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대기실에 1대1로 있던 적이 있었다. 형님을 어떻게 보필할까 했는데 (이경규가) 갑자기 공황장애가 와서 약 먹고 하루 종일 드러누워 계셨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자 이경규는 “맞다. ‘능력자들’에서 일본 전국 도시락 가져다가 맛을 보다 갑자기 공황장애가 와서 드러누워 버렸다”고 전했다.
이경규뿐만 아니라 다수의 연예인이 공황장애를 앓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 6월 5일, ‘르크크 이경규’에 출연한 배우 봉태규도 공황장애를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영상에서 이경규는 봉태규에게 “책을 많이 냈더라”며 “봉태규가 쓴 책 3권을 샀다. 읽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봉태규는 책을 쓰기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원래는 연예인을 안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왔다. 몸도 되게 아프고 그다음에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는 “산에서 떨어져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기사에 악플이 달렸다. 일도 잘 안되고, 몸도 아파서 못 하겠더라. 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다가 그때 공황장애, 우울증이 한꺼번에 왔다. 증상이 너무 심각해졌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냐. 그래서 뭘 할까 찾아보다가 나한테 자극을 줘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봉태규는 “내가 정말 살아가면서 안 해봤던 걸 하자고 생각했다. 그걸 찾아보니 독서였다”고 밝혔다.
봉태규는 “책을 읽다 보니까 지속하면서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근데 글을 그냥 쓰면 안 되겠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려면 내가 조금이라도 돈을 받아야 책임감이 생겨서 할 것 같았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배우 이병헌도 비행기 안에서 공황장애를 겪었던 경험이 있다.
이병헌은 2022년 7월, 영화 ‘비상선언’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병헌은 “25살 혹은 26살 때였는데,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를 끝내고 미국에 가려 비행기를 탔을 때 처음 공황장애를 느꼈다. 그 기억이 너무 또렷하다. 그 순간 ‘나 여기서 죽는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못 잊는다. 충격적이었고 죽을 거 같았다”라며 “당시 비행기 전체에 방송해서 의사 선생님을 찾기도 했다. 다행히 미국까지 잘 갔다”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병헌은 “저는 비행기가 떠도 중간에 다른 나라 설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비행기를 세워 달라고 했는데 비행기 세울 수 없다고 해서 더 답답하고 죽을 것 같았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그 이야기 하지만, 그 당시엔 힘들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라며 비행기에서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배우 차태현과 방송인 정형돈도 공황장애를 함께 극복해 간 이야기를 전했다.
차태현은 2021년 8월 방송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정형돈과 동병상련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차태현은 “당시 정형돈이 촬영 중 대기실에서 쓰러졌는데 나도 경험이 있는 터라 너무 짠하더라”며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가 생각이 나더라. 집을 모르니까 수소문해서 우편함에 책 한 권을 넣어뒀다”고 밝혔다.
정형돈은 “(차태현이 우편함에 넣어두고 간) 책을 읽고 감동해 대성통곡했다. 이후 차태현에게 문자를 보낸 기억이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차태현은 “공황장애가 다이나믹하게 쓰러지지 않는다. 자꾸 ‘너 어제 술 먹었어?’라고 묻는다. 우린 죽겠는데”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가 (공황장애를 앓고) 아팠을 때는 (병을) 감추고, 이럴 때였다. 처음 쓰러졌을 때는 가슴이 안 좋은 줄 알았다. 협심증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 지금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난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매번 쓰러져서 응급실 가고 미국에서도 911 타고 가고 그랬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서로 이야기해 주는 것만으로도 조금 치유가 되더라”고 덧붙였다.
한편, 11일 연예인들이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고 대중에 공개한 것이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 개선에 영향을 미쳐 공황장애 진단율을 높였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팀은 2004년부터 17년간의 공황장애 진단율을 분석한 결과, 유명 연예인이 공황장애 투병 사실을 고백한 2010년 이후 월평균 공황장애 신규 진단율이 약 9.4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용기 있는 연예인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솔직하고 진솔한 투병기를 공개함으로써 그동안 불안과 공황증상으로 고생하고 있어도 이를 몰랐거나, 알아도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던 분들이 도움받을 용기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지만, 공황장애를 포함한 많은 정신질환이 제대로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 때문에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하루빨리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나연 기자 kny@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 ‘르크크 이경규’ 영상 캡처,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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