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대중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배우의 매력을 분석합니다. 마음을 훔치는 심(心)스틸러로 거듭난 배우를 조명합니다. 만인을 사로잡은 스타의 이야기입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기회였다. 하지만 양날의 검과 같아 자칫 독이 될 수 있었다. 기생 생물과 신체를 공유하는 인간이라니,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이었다. 그럼에도 기회를 꽉 잡고 놓지 않았다. 결심했으면 물러서지 않는다는 배우 전소니의 굳은 심지가 ‘기생수: 더 그레이’를 흥행 콘텐츠로 끌어올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불행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수인’으로 분한 전소니는 수수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며 등장한다.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큰 불행을 마주하지만, 흔들림이 없다. “불행한 일이 또 일어났구나, 또 불행할 때가 됐구나”라고 읊조릴 뿐이다. 그런 ‘수인’의 건조한 목소리가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조금씩 전소니가 연기한 ‘수인’에게 빠져든다. 여기에 ‘수인’의 뇌를 차지함으로 기생하려다 결국 공생하게 된 하이디까지. 두 인물을 전혀 다른 매력으로 그려낸 전소니는 용기 있게 극을 이끌어내고, 흡인력이 뛰어난 연기로 몰입감을 선사하는 데 성공한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까지 우려가 있던 게 사실이다. 연상호 감독이 보증하는 배우로 소개됐지만, SF와 크리처, 액션이 혼합된 장르의 주요 인물로서 극을 매끄럽게 이끌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동안 연상호 감독이 연출했던 작품을 살펴봐도 전소니의 등장은 특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 ‘지옥’의 배우 김신록과 같이 신스틸러로서 역량이 막강한 배우를 캐스팅한 적은 있지만, 주연배우로 앞세운 적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기우였다. 전소니는 눈길이 머물게 만드는 매력적인 비주얼과 담백한 표현력, 완성도 높은 캐릭터 이해력, 여기에 VFX 기술을 접목한 액션까지 십분 소화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배우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전소니는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의 중심을 잡고, 착실하게 균형을 맞췄다.
알고 보면 전소니는 일찌감치 독립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던 배우다. 지난 2017년 영화 ‘여자들’로 데뷔해 ‘죄 많은 소녀’, ‘악질경찰’, ‘소울메이트’를 비롯해 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 ‘청춘월담’ 등을 통해 배우로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전소니에 대해 “독립 영화를 통해서 눈여겨보던 배우였다”며 “연기를 잘하고 이미지가 좋아서 언젠간 작품을 같이 하고 싶었다”고 신뢰를 표했다. 이어 “후반부로 갈수록 하이디에게 감정 이입이 된 건 전소니의 연기력 덕분이다. 하이디가 수인을 서서히 이해하는 과정을 전소니가 잘 살려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공개와 동시에 빠르게 최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원작의 탄탄함, 연상호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앙상블 등 다양한 재미가 더해져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까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더불어 작품을 이끄는 전소니의 열연도 언급되고 있다. ‘수인’과 하이디의 관계, 수인과 주변 인물들의 케미가 작품에 어우러졌다는 평이 잇따른다.
전소니가 출연하는 ‘기생수: 더 그레이’ 에피소드 전편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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