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혜미 기자] 촉망 받는 서울대생에서 연기자로, 대배우 이순재가 68년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3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선 이순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1934년생인 이순재는 데뷔 68년차의 대배우로 91세 고령의 나이에도 연극에 출연하는 등 연기 열정을 불태우는 중.
빼어난 자기관리로 정평이 난 이순재는 “술은 처음부터 안 먹었고 담배의 경우 내가 1982년에 ‘풍운’이란 드라마에서 흥선대원군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대원군이 굉장히 극적인 인물 아닌가. 섭정으로 등극한 다음에 조정 신하들 앞에서 4분간 연설을 한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을 위해 담배를 끊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4분간 연기를 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또 NG가 나면 안 됐던 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TBC 출신들은 나를 알지만 KBS 친구들은 나를 몰라서 본때를 보여줘야 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의 이순재는 “우리 철학과가 명과인 게 그 당시 최고의 석학들이 교수로 있었다. 그 교수들 냄새만 열심히 맡아도 보람이 있겠다 싶었는데 그 시절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자전거 도둑’ ‘무방비 도시’ 등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작품들이 그때 나왔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나아가 “내가 작품을 보면서 예술이라고 느낀 게 ‘햄릿’이다. 대학교 2학년 때였는데 대사를 읊어보니 소름이 확 돋더라. 그래서 예술을 해보고자 했다”며 예술학도에서 배우로 변신하게 된 계기를 과정을 전했다.
지난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래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국민배우로 큰 사랑을 받은 이순재는 “난 행운아다. 배우에게 행운의 조건이 뭐냐고 하면 좋은 작가와 좋은 연출을 만나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한층 친근한 이미지를 얻은데 대해선 “그땐 태어나지도 않았던 팬들이 생겼다”며 “내가 출연한 작품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하이킥’은 시트콤의 걸작이다. 김병욱 감독이 정말 잘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래 시트콤의 진수는 웃으면서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이다. 그게 페이소스로 희극의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다. 관객들이 웃으면서도 순간 가슴을 치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 유재석이 이순재에게 물은 건 “인생은 뭔가?”라는 것이다. 이에 이순재는 “우리가 태어나는 조건은 각자 다르다. 넉넉하게 태어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조건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는 있다. 내가 덤으로 태어난 건 아니란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 자신의 길을 개척하라. 그러니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라”고 답하는 것으로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 / 사진 =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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