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한 리뷰입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기사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뚝심이 부족했다. 결단력 있게 나아가야 할 작품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린다. 오컬트부터 미스터리, 호러까지. 관객에게 공포감을 선사할 수 있는 장르를 결합해 복합장르라는 그럴싸한 타이틀을 달았지만, 참혹한 결과물이 돼버리고만 영화 ‘씬’의 이야기다.
영화 ‘씬’은 영화 촬영을 위해 시골 폐교로 온 배우들과 제작진이 촬영 첫날부터 불길한 기운에 휩싸이고 깨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를 만나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출을 그린 오컬트 공포물이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오컬트 미스터리에 호러를 결합해 차원이 다른 공포감을 선사할 것을 예고한 작품이다. 마니아층의 장르로 여겨졌던 오컬트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파묘’의 흥행 기운을 이어 받을 후반주자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음산하고 불쾌한 분위기를 풍기는 폐교를 배경으로 어딘가 모르게 싸한 인물들이 영화 곳곳에 배치돼 있다.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신인 배우 ‘시영'(김윤혜 분)과 그를 주연으로 섭외한 괴짜 감독 ‘희욱'(박지훈 분),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영화 속 영화의 서브 주연 ‘채윤'(송이재 분)까지. 각기 다른 불안함이 묻어난다. 덕분에 영화 초반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그러나 긴장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 갑자기 좀비로 변하면서다. 학교라는 배경은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상케하고, 좀비의 그림체는 ‘부산행’이 떠오른다. 좀비에 대적하는 다양한 인간군상 또한 비슷한 결의 작품에서 많이 본 것들이다. 나약하거나 비열하고, 정의를 구현하다가 꼭 희생을 당하고 만다.
좀비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무속신앙과 알 수 없는 종교, 정체 모를 집단이 파고든다. 개연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허술한 연결성이다. 전개가 무너지고 몰입감이 산산조각 난 상황에서도 영화는 공포를 고집한다. 깜짝 놀라게 만드는 포인트를 틈틈이 욱여넣는다. 그렇다 보니 영화 속 참극이 촌극처럼 느껴져 웃음이 터지고 만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작품 안에서 폐교를 공포로 몰아넣은 핵심 인물인 ‘윤 회장'(이상아 분)은 영화에서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캐릭터가 풍기는 카리스마는 상당하지만, 왜 이 영화에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특히 ‘윤 회장’과 주인공 ‘시영’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영화의 반전은, 전혀 반전처럼 다가오지 않는다는 게 반전이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각기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낸다. 특히 데뷔 이후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김윤혜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캐릭터가 가진 파리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시영’에게 내재된 건조함과 남모를 불안을 담백하게 표현하다. 여기에 의중을 알 수 없는 감독 ‘희욱’을 연기한 박지훈의 호연이 더해져 엉성한 영화에 한줄기 빛을 내려준다.
‘씬’은 오는 4월 3일 개봉 예정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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