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연기됐던 영화들이 극장의 문을 두드렸다. 거장들의 블록버스터, 명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작품들이 줄줄이 관객을 만나면서 침체된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 가운데 소위 소소하지만 확실한 재미로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들이 호평과 입소문으로 흥행의 중심에 섰다.
■ “우리 영화의 매력? ‘안 블록버스터'” 유해진의 재치 통했다
올여름 영화 시장에는 류승완, 김용화, 김성훈 등 천만 감독들이 신작들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여기에 기대작 ‘콘크리트 유토피아’까지 관객과 만났다. 각각 수중 액션, 한국형 SF물, 해외 로케이션, 재난 이후의 이야기 등 강점을 내세워 관객을 저격했다. 고래들의 싸움이 한창이던 때 영화 ‘달짝지근해:7510’가 참전했다. 순제작비 65억 원, 앞서 명장들의 제작 규모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작품이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다. ‘달짝지근해:7510’는 그중에서도 입이 얼얼해지는 땡초였다. 배우 정우성의 첫 연출작 ‘보호자’, 세계적인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와 같은 날인 지난 8월 15일 베일을 벗은 ‘달짝지근해:7510’는 흥행 다크호스로 활약했다. 박스오피스 1위는 ‘오펜하이머’에게 내어줬지만, 좌석판매율(좌석 대비 실제 관객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은 그보다 앞섰다.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좌석이 적었던 것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과다. 누적 관객 수는 138만 명, 대작들도 100만 명을 모으는 데 버거웠던 시기에 의미 있는 성적을 만들어냈다.
흥행 요인은 입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 유해진은 극중 태어나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치호’ 역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달짝지근해:7510’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고 밝힌 유해진은 사랑에 서툰 한 남자를 완벽하게 그려냈고, 배우 김희선이 그의 첫사랑 상대로 분해 달달한 케미를 보여줬다. 여기에 배우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조연들의 활약까지 눈부셨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 빵빵 터지는 웃음과 앙상블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아는 맛이 무섭다…’30일’ 손익분기점 돌파
배우 강하늘, 정소민 주연작 영화 ’30일’은 올해 가을 영화를 논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배우 강동원 주연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하정우와 임시완, 강제규 감독의 귀환을 알린 ‘1947 보스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합작 ‘거미집’까지. 추석 연휴 3파전을 예고한 세 작품이 기대보다 못한 성적으로 아쉬움을 자아낼 때 등장한 ’30일’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권태기 부부의 이야기다. 기억상실이라는 자칫 진부한 소재는 ’30일’안에서 큰 몫을 해낸다. 주연으로 활약한 강하늘, 정소민의 힘이었다. 앞서 영화 ‘스물’, ‘청년경찰’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강하늘은 역대급 찌질한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고, 정소민은 은퇴작이 될 수도 있다는 감독의 말처럼 첫 코믹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30일’의 승부수는 ‘아는 맛’이었다. 새로운 웃음, 과한 설정을 버리고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기본 요소인 달달함과 코믹함을 적절하게 엮었다. 강하늘과 정소민이라는 친근한 조합이 선보인 알콩달콩 로맨스에 관객들은 화답했고, 장르물의 대세 속 기근이었던 로맨스 장르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작품으로 떠올랐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던 대작들과 신작 공세에도 꿋꿋하게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하더니 개봉 6주 차까지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누적 관객 수 216만 명, 손익분기점 160만 명을 가뿐히 넘어선 뒤에도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영예를 안았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주)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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