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거장은 거장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개봉과 동시에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16시 기준 ‘오펜하이머’가 전체 예매율 62%를 선점,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 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이다. 매 작품마다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최초의 흑백 IMAX 카메라 촬영을 도입, CG를 활용하지 않은 ‘제로 CG’를 시도해 개봉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지난 15일 베일을 벗은 ‘오펜하이머’는 개봉 첫날 55만 2975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작 ‘테넷'(13만), ‘덩케르크'(22만), ‘인터스텔라'(22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44만)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앞서 극장가에 출격한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 영화 ‘빅 4’ 입장에선 마냥 웃을 수 없는 소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봉 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펜하이머’에게 정상을 내어줬다. 개봉 첫날 특수성을 고려해도 16일 ‘콘크리트 유토피아’ 예매율은 12.3%, ‘오펜하이머'(62%)에 크게 뒤처진 수치다.
‘빅 4’ 첫 주자로 나선 ‘밀수’는 최근 누적 관객 수 400만을 넘어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500만 관객을 향해 순항하고 있으나 ‘오펜하이머’의 흥행 기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겨우 넘긴 하정우, 주지훈 합작의 ‘비공식작전’, 100만도 버거워 보이는 설경구, 도경수 주연의 ‘더 문’, ‘오펜하이머’와 같은 날 개봉한 정우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 ‘보호자’의 성적표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를 이을 한국 영화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단꿈에 불과하다. ‘범죄도시3’는 평일에도 80만 명대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일주일 만에 650만을 돌파했다. 적수가 없는 흥행 질주였다.
‘빅 4’ 주역들은 영화 홍보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 모두 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마주한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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