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유진 기자] 자신의 자살을 SNS에 생중계 했던 한 소녀를 통해 ‘우울증 갤러리’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4일 방영된 MBC ‘PD수첩’ 1380회에는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하던 한 10대의 자살 사건이 재조명됐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4월 화창한 일요일 오후였다. 서울 10대 여학생이 투신 계획을 미리 알리고 강남의 고층 건물에서 추락해서 숨졌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SNS로 생중계 됐다는 점이다.
자살을 한 김현지(가명)씨의 지인 임영희(가명)씨는 “SNS에다가 영상을 올렸다. 라이브를 켜고 ‘이루고 싶은거 다 이루로 살아라’라고 말하더라”며 그 날을 기억했다.
실제 김현지씨의 그날 SNS 라이브 영상을 살펴보면 김현지씨는 “하늘이 맑네요. 여러분은 꼭 이루고 싶은거 이루세요. 2시에 뛸게요. 2분 남았어요”라고 말하며 자살을 예고했다.
임영희씨는 “연락이 계속 안됐다. 불안해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에)친구가 자살을 하려는 것 같다.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그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김현지씨는 라이브방송을 켜둔 채 19층에서 뛰어내렸다. 김현지씨는 16살이었다.
하지만 얼마후 김현지씨가 투신하기 직전까지 한 남성과 같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영희씨는 “자살 계획을 SNS에 올렸었다. 남자가 ‘루트를 다 짰다’라고 답장을 했었다. 또 남자는 ‘투신자살할 사람 구한다’라는 글을 쓰고는 또 ‘진짜 뛰어내릴 줄 모르고 조금 달래다가 밥 사주고 들어갈 예정이었다’라는 글을 썼다”고 기억했다.
제작진은 해당 남자를 찾아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남자는 “이름, 나이도 몰랐고 고등학생인줄 만 알았다. 만나자마자 바로 ‘아파트 아무 데나 들어가서 죽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들이 만난 건 ‘우울증 갤러리’라는 커뮤니티였다. 남자는 “우울증 갤러리를 8년 정도 했다. 죽고 싶다는 글들과 함께 죽자는 글을 좀 자주 올렸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작진이 “동반자살을 구하는 글도 많이 올라오냐”고 묻자 남자는 “맞다. 아까도 봤다”고 대답했다.
우울증 갤러리에는 평균 14초마다 새 글이 올라오는 인기 게시판이다. 제작진은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 남자는 “공황 장애가 한번 왔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우울증 갤러리에서 약 리스트를 봤다. 재미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는 “처음에 봤을 때 헛소리를 다 해도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과 달리 제약이 많이 없었다. 나의 하소연을 하기에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실제 우울증 갤러리는 다른 커뮤니티와 다르게 본인 인증, 회원 가입 절차 없이도 누구나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었다.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남성을 성폭력 가해자로 신고한 이용자도 있었다.
그는 “이번 투신 사건이 일어나고 분노심이 끓어올랐다. 인터뷰를 안하고 있으면 추가 피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술을 의도적으로 많이 마시게 한 후에 불법 촬영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송을 했다. 불법 촬영을 빌미로 성관계를 하자고 요구를 하기도 했다”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설명했다. 피해자는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유진 기자 eugene0120@naver.com / 사진=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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