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박효신이기에 가능했다.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 시즌2는 베토벤 사후에 발견된 연인에게 전하는 편지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청력 상실의 위기를 맞은 40대의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며 모든 경계와 제약에서 벗어나 내면에서 끌어올린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았다.
굴곡진 삶을 살았던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 베토벤이 그의 영혼을 바라보고 손을 내민 운명의 사랑, 토니를 만난 후의 서사를 중점적으로 담아냈다.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각각 극작과 작곡,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나섰고, 길 메머트가 연출을 맡았다. 한국 연출가 왕용범이 협력 연출로 함께했다.
음악가가 아닌 인간 베토벤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일부 혹평을 받았다. 불멸의 사랑으로 포장된 불륜과 창작성을 잃은 뻔한 서사는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에 이은 EMK 다섯 번째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내세우기에 아쉬움을 자아냈다.
작품 전반에 배치된 베토벤의 음악, 코리올란 서곡, 교향곡 3번 Op.55(영웅 교향곡), 교향곡 5번 Op.67(운명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월광) 등은 귀를 즐겁게 했지만, 이미 익숙한 멜로디인 만큼 가사를 붙이자 유치함이 묻어났고 고전 음악 본연의 힘이 퇴색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창작극보다는 ‘베토벤 주크박스 뮤지컬’에 가깝다는 혹평도 존재했다.
초연 종연 3주 만에 시즌2로 돌아온 ‘베토벤’은 캐릭터와 스토리 보완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베토벤, 토니의 솔로 곡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일부 장면을 삭제했다. 무대, 소품, LED 영상 일부와 안무 등을 더욱 촘촘하게 배치하여 1810년대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고, 작품 고유 정서와 감정을 증폭시켰다. 앙코르 공연을 사전 계획할 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던 터라 시즌2의 변화는 미미하지만, 베토벤 캐릭터와 메시지 전달이 한층 명확해졌다.
‘베토벤’ 인기를 견인한 건 단연 박효신의 힘이다. 음악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구원했지만, 단 한 순간도 평범한 행복이 허락되지 않았던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고독한 삶과 사랑을 특유의 예술가적 고뇌와 진솔한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사랑을 부정했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 상처 많은 영혼이 구원받는 서사 또한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려냈다.
특히 박효신의 목소리는 클래식색을 띤 넘버와 만나 환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호소력 있는 보이스 컬러와 폭넓은 음역대로 작은 숨결부터 격정적인 감정까지 세세하게 전달하며 묵직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여기에 자신만의 다채로운 감각을 더해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마치 베토벤의 환생 같은 존재감을 발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베토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신성한 의무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한 뮤지컬 ‘베토벤’ 시즌2에는 박효신 외에도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등이 출연한다. 오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E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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