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하루아침에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집을 뺏기며 복수를 다짐한 여자와 어느 날 갑자기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의 이야기. 드라마 소개만 보면 일일극 혹은 아침 드라마라 해도 무리가 없다.
이 드라마의 정체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사랑이라 말해요’다. OTT에서 뻔한 통속극을 했을 리 만무한데, ‘사랑이라 말해요’는 무엇이 달랐기에, 장르물 일색인 OTT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김영광, 이성경 주연의 ‘사랑이라 말해요’, 이성경은 시리즈 종영 인터뷰에서 “10년 만에 만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고 말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었다. 이성경에게 데뷔 이후 10년 만에 여운을 가져다 준 이유, 뻔해 보이는 스토리를 감성 멜로로 만들어낸 감독의 역할이 컸다고 하겠다.
25일, ‘사랑이라 말해요’를 연출한 이광영 감독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감독은 “사실 기대를 안 했었다”라고 뜻밖의 인기에 놀라워했다. 그는 “요새 트렌드와 조금 다른 드라마라 생각해서 빠르지 않은 걸 콘셉트로, 감정에 집중을 했다. 작가님은 드라마가 처음이라 너무 기대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잘하는 거 하자고 했던 거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 작품의 매력에 대해 이광영 감독은 “일단 따뜻했다. 복수로 콘셉트가 잡혔는데 대본 받았을 땐 복수가 하나도 안 보였다. 처음 대본 받고 오히려 톤 다운을 하자 했다. 작가님 대사가 기본적으로 정서적이고 따뜻하고 그걸 살리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통속적인 이야기를 차별화시키기 위해 감독은 감각적인 화면을 위해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감독은 “연속극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런 게 지루해질 수 있지 않나. 앵글, 미술, 화면톤 등을 트렌디하게, 감각적으로 하게 하려고 젊은 카메라 감독을 모셔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서는 드물게 4부까지 콘티를 손수 그렸다는 이광영 감독은 “바스트 찍을 때도 그냥 바스트가 아닌, 어느 공간을 얼마나 살리는지, 감정을 팔로우하는 편한 앵글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사랑이라 말해요’ 이전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은 최민식의 ‘카지노’였다. 같은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대작, 부담은 없었을까? 오히려 감독은 “‘카지노’가 잘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본 김에 우리 것도 보면 안 될까 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디즈니 가입자가 조금 불안한 상황이지 않았나. ‘카지노’를 보려 가입한 사람들이 우리 것을 볼까 하는 걱정은 했다. 마블 팬이 많아 남자 가입자 비율이 많다더라. 디즈니에서 가는 게 맞나 했지만 부담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OTT에서 액션, 호러, 미스터리 등 장르물이 환영 받고 있는 가운데 ‘사랑이라 말해요’의 약진은 더욱 눈에 띈다. 정통 멜로라 할 수 있는 이 장르가 디즈니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광영 감독은 “멜로가 많이 없었던 판이었고 정통 멜로가 정말 없었어서 오히려 선택되지 않았을까. 디즈니는 또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곳이지 않나. 플랫폼 측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감독은 “요새 너무 나쁜 사람 많고, 자극적인 게 많아서 조금 힘들더라. (우리 드라마를) 어차피 많이 안 볼 거니까 라는 생각에”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저도 SBS에 입사해서 15년 동안 있다가 OTT로 왔다. 자신이 선택해서, 보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지 않나. 이런 사람들이 1부를 보고 좋아할 만한 요소, 따뜻함을 끝까지 끌고 가자는 생각이었다”라고 드라마의 일관된 정서로 따뜻함을 밀고 간 이유를 밝혔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심우주, 심혜성, 심지구 세 남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감독, 작가의 삶의 배경에서 나왔단다. 감독은 “작가님과 제가 둘 다 시골 사람이고 대가족 가운데 자랐다. 그래서 가족 이야기가 따뜻하게 잘 써있다. 가족에 관한, 사랑에 관한 마음이 잘 맞았다”라고 말했다.
가족을 위협하는 빌런, 이 드라마의 통속적 요소다. 극중 동진(김영광 분)의 엄마 희자(남기애 분)가 그런 캐릭터였다. 모든 화의 시작이었던 이 역할, 착한 걸 좋아하는 감독은 어떻게 이 악역을 그려냈을까? 감독은 “그런 엄마가 있을 것 같았다. 댓글 보면 엄마가 약점인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 큰 사고를 치고 그런 건 아닌데 외로움을 못 견뎌서 자식을 힘들게 하는 엄마를 만들고자 했다. 작가님이나 나나 극악스럽게 가려 하진 않았다. 자식을 힘들게 하는 부모를 가진 이들에게 ‘괜찮다,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감독이 ‘사랑이라 말해요’의 반응을 살핀 곳은 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더쿠’라는 사이트를 처음 알았다는 감독은 이 게시판에서 감사한 반응을 찾았단다.
이광영 감독은 “이런 사이트가 있는지 몰랐는데, ‘연출, 배우, 감독 합이 잘 맞았다’는 댓글이 있더라.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배우들이 연기하면 마지막으로 표현을 하는 건 연출이지 않나. 연출은 부수적인 거다. 그런데 배우, 각본, 연출, 음악까지 합이 잘 맞았다고 얘기해 주셔서 기뻤다”라고 말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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