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서양 문화를 따라잡느라 전전긍긍하던 시대는 이제 완전히 막을 내렸다고 자신 있게 외쳐보자. K팝, K뷰티 등 온갖 분야에 ‘코리아’를 상징하는 ‘K’자가 붙는 날이 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名)카피가 실현되다니! 문화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한국 물건, K아이템이 인기다.
호미
작고 가벼운 만능 농기구 호미. 한국에서야 흔하디 흔한 도구지만 해외에서는 잇 아이템이다. 특히 취미로 텃밭 농사를 짓거나 화단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거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작은 모종삽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일단 한 번 호미를 써 보면 그 편리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호미는 목이 구부러져 있어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한데다 끝은 뾰족하고 뒤는 뭉툭해 돌을 골라내거나 흙을 옆으로 긁어내고 땅을 다지는 등 모든 작업에 적합하다. “정원 가꾸다가 좀비를 만나면 좀비 목도 딸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유쾌한 후기도 있다. 만들기 간단해 보이지만 모양만 대강 모방해 대량생산으로 찍어낸 외국산 호미와 장인이 일일이 두들겨 만든 한국 대장간제 호미는 비교불가라고. 중국산 호미가 너댓 개 부러질 때 한국산 호미는 끄떡도 없다는 ‘간증’이 줄을 잇는다.손바닥이 빨간 한국식 목장갑과 호미를 세트로 구성한 상품도 잘 나가는 중.
때수건 (이태리타올)
어릴 적 어른 손에 이끌려 온 몸이 벌개질 때까지 때를 벅벅 밀려 보았던 (다소 고통스러운) 추억이 있는 외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때수건 후기 목록에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때를 밀고 신세계를 맞이한 사람들의 ‘간증’이 넘쳐난다. “정말 새로 태어난 기분”, “욕조에서 몸을 불린 다음 이 작은 수건으로 몸을 문질렀더니 각질이 엄청나게 떨어져 나왔다. 좀 더러운 말일 수 있는데, 욕조에서 회색 쥐 한 마리가 폭발한 줄 알았다”, “무릎에 광을 낸 것 같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추천”한다는 후기까지. 한동안 때수건 대신 바디스크럽 제품을 쓰고 있었는데, 간만에 때수건 좀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포대기
몇 년 전 헐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로다주)가 내한 인터뷰에서 ‘포대기’를 바로 알아보는 장면이 화제 된 적 있다. 호미처럼 포대기 역시 고유명사 ‘podaegi’로 불리며 애착육아 베스트 아이템으로 꾸준히 인기라고. 과거 미국에서는 영유아 시절부터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를 혼자 재우고 너무 많이 안아줘서도 안 된다는 육아법이 대세였으나 가족 간의 애정 어린 신체접촉이 아이의 정서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애착육아가 주목받게 됐다. 엄마, 아빠와 아기를 밀착시켜 안정감을 주는데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움직이기 편한 포대기는 이 흐름에 딱 맞는 아이템이다. 한때 국내에서 ‘포대기로 아기를 업으면 아기 다리가 휜다’는 말이 있었지만 포대기와 다리 골격은 관련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에디터 LEE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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