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혜미 기자] 거장 임권택 나아가 가장 임권택의 이야기가 특별 다큐를 통해 공개됐다.
11일 방송된 TV조선 특별다큐 ‘아직 끝나지 않은 영화, 임권택’에선 거장 임권택 감독의 인생사가 펼쳐졌다.
임 감독은 ‘서편제’에서 ‘씨받이’ ‘취화선’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세계화를 이끈 거장이다.
지난 60년간 무려 102편의 영화를 제작한 임 감독은 “나는 영화를 천직으로 삼았고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100편의 작품 중 내세울 만한 작품이 뭐냐 묻는다면 별로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평생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았구나 싶다”며 자신의 영화 인생을 돌아봤다.
2002년 작 ‘취화선’으로 한국영화 최초의 칸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데 대해선 “물론 상을 받아 기분이 좋았지만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만큼 무거운 의무감이 있었다. 상을 탄 감독이라면 조금 더 영화가 좋아지고 그 값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부담감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취화선’의 주연배우 최민식은 임 감독을 ‘바위 같은 사람’이라 칭하곤 “어떤 풍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다 보면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 항상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매번 해낸다”고 말했다.
이어 “내 기억에 ‘취화선’ 촬영기간만 1년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냥 묵묵하게 깊은 시선으로 영화를 들여다보시더라. 아주 깊고 달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감독은 지난 2015년 선보인 영화 ‘화장’ 이후 아내 채령과 함께 휴식기를 보내는 중이다.
채령은 모델 출신의 배우로 임 감독과 결혼 후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가정에 집중한 바.
임 감독의 잦은 출장으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젊을 땐 섭섭한 일이 많았다. 과거 남편을 보러 장흥에 간 적이 있는데 나와 아들을 보고도 고개만 끄덕이고 가더라. 정말 서운했다. 그때가 잊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현재의 임 감독은 누구보다 가정적인 남자. 심지어 채령이 주식 투자로 시련을 겪었을 때도 그를 감싸 안았다고.
채령은 “내가 15년 전에 주식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때 믿었던 지인을 통해 투자를 했는데 그걸 안 임 감독이 ‘세상에 그런 돈벌이는 없다’면서 손을 떼라고 하더라. 이미 들어간 돈이 있어서 ‘자기가 뭘 알아’하며 핀잔을 줬는데 결국 5억 원을 잃었다. 가사도우미 한 번 안 쓰고 모은 돈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못 살겠다는 내게 남편이 ‘못 살길 뭘 못 살아. 시골집에서 살면 되지’라고 했다”는 것이 채령의 설명.
이에 임 감독은 “난 지금도 액수를 처음 듣는다.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다. 평소 돈놀이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너무 큰 상처를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돈을 별로 가져본 적이 없어서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 / 사진 = ‘아직 끝나지 않은 영화, 임권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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