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가영 기자] 대본이면 대본, 배우들의 연기면 연기, 연출이면 연출. 게다가 화려한 카메오 군단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드라마 ‘시그널’이 시청자들의 입맛을 고급스럽게 바꾸어놓았다.
이 덕분에 울상 짓는 것은 지상파 드라마. 그 흔한 출생의 비밀, 뻔한 러브라인, 반복되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사로잡았던 때는 이미 한물 갔다.
지난 1월 22일 첫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은 ‘미생’의 김원석 감독,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김은희 작가의 만남, 그리고 김혜수의 첫 케이블 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 때문에 우려의 시선 또한 동반했다. 특히 ‘시그널’이 경이로운 시청률 18.8%를 기록한 ‘응답하라 1988’의 후속작이라는 점은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그널’은 높은 기대를 보란듯이 충족시켰다. 김원석 감독의 빈틈 없는 연출력, 김은희 작가의 신들린 필력,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의 숨막히는 연기력은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웰메이드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특히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미제 사건들을 척척 해결해나가며, 시청자들의 꽉 막힌 속을 뻥 뚫어줬다.
김원석 감독은 지난 1월 14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많은 분들이 ‘미생’을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아해주셨다. 앞으로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한다. ‘시그널’도 마찬가지다”면서 “이 작품을 만들 때 큰 목표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좋은 드라마라는 소리를 들으면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흥행이 아닌, 오직 작품 만을 생각한 김원석 감독의 마음가짐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셈이다.
‘시그널’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이제훈 또한, 그 무게를 견디고 대선배 김혜수, 조진웅과 함께 씩씩하게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료 배우들도 놀란 이제훈의 대본량’이라는 글과 함께 어마어마한 이제훈의 대사량이 공개돼 그의 노력이 재평가되기도 했다.
카메오로 출연한 손현주, 이상엽 또한 짧은 분량에서도 일당백을 했다. 손현주는 겉으론 강직해보이지만 비리의 중심에 있는 국회의원 역을, 이상엽은 섬뜩한 살인마를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드라마의 필수 요소들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며 tvN의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시그널’. 시청자들의 인생 드라마를 바꿔준 ‘시그널’이 시청자들의 인생 드라마를 만들어주며 막장드라마 왕국 지상파에 경각심을 울리고 있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DB,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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