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김순옥 작가는 끝까지 시원한 사이다 한 줄기를 선사하지 않았다. ‘내 딸 금사월’ 복수극이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악인들은 갑작스럽게 개과천선했고, 시청자들은 끝까지 ‘고구마 행렬’이라며 비아냥거렸다.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이 지난 28일 51부를 끝으로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고구마’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부진한 전개로 보는 이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악의 축 강만후(손창민), 오혜상(박세영)이 감옥에 수감되고, 갈등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화해하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오혜상이 주오월(이홍도, 송하윤)을 살인하려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법정신. 오혜상은 임시로(최대철)의 증언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다리를 잃을뻔했던 신득예(전인화)는 홀로 걸을 수 있게 됐고, 자신을 멀리하던 딸 백진희(금사월)와도 화해를 했다. 강만후는 출소 후 고물상이 됐고, 오혜상은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개과천선이었다.
종영까지 극의 긴장을 이끈 건 주오월이었다. 그는 이 드라마의 악의 꼭대기에 있는 오혜상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각을 이루는 인물이었다. 악에 대한 처벌이 주인공 금사월의 손에서 해결된 것이 아니라 주오월의 영역 안에서 이뤄진 것이다. 죽음부터 재등장까지 방영 내내 주오월의 복수 여부는 화제를 모았고, 그런 탓에 정작 주인공인 금사월의 캐릭터는 힘을 잃어갔다.
그 동안 ‘내 딸 금사월’은 ‘내 딸 주오월’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주인공의 위치가 애매했다. 금사월은 늘 시청자가 원하는 반대 방향에 서 있었고, 강찬빈(윤현민)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캐릭터가 색이 옅어지며 극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드라마의 핵심인 신득예, 주오월의 복수가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단 1회만으로 그간 보였던 드라마의 답답함이 시원하게 해소될 수는 없지만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것이 권선징악이라면 악역들에 데한 결말을 분명히 해야 했다. 악인들 중에서도 가장 악했던 오혜상이 벌을 받는 모습은 ‘징역 5년’이라는 설정뿐이었다. 모두들 쉽게 오혜상을 용서했고, 심지어 그리워하기까지 했다. 다소 공감하기 힘든 결말이다.
금사월, 강찬빈의 로맨스도 결말을 맺지 못 했다. 남매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사이였다. 내내 고구마만 먹다 체한 시청자들은 사이다 결말을 원했지만, 김순옥 작가는 미비한 결말을 내림으로서 끝까지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내 딸, 금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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