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치즈 인 더 트랩’ 남자 주인공들이 분량 문제로 다툼 아닌 다툼을 벌이는 사이, 실속을 챙긴 건 여자주인공 김고은이었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치인트’, 극본 김남희, 연출 이윤정)이 종영을 앞두고 여러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고은의 조용한 선전이 눈길을 끈다. 원작 웹툰 마니아들로부터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그녀는 주인공 중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데뷔작인 영화 ‘은교’ 후 소포모어 징크스가 깨지는 것은 연기력 논란까지 극복해낸 것이다.
‘치인트’의 여주인공 자리는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욕심내는 자리였다. 김고은이 많은 이들을 제치고 합류가 결정됐을 때 많은 이들의 우려를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고은은 원작 여주인공과 많은 것이 달라 보였다. 원작 속 홍설은 평범한 여대생이지만, 오렌지빛 긴 머리에 큰 눈이 돋보이는 화려한 외모를 지녔다. 평범은 설정일 뿐, 여주인공은 ‘예뻐야 한다’는 암묵적 규칙이 적용된 것이다. 원작 팬들은 드라마에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길 바랐다. 김고은의 외모는 완벽한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엔 평범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원작이 새로운 콘텐츠로 창조되는 과정은 많은 잡음을 일으킨다. 원작 팬들이 머릿속에서 만든 상상과 이미지를 깨는 일이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놀라운 건 김고은이 이 과정을 극복하고 호평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고은은 성형 미녀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다. 평범한 외모가 오히려 주목을 받은 이유가 됐다. 신선한 20대 여배우의 탄생을 기다리며 뉴 페이스를 찾아 헤매던 충무로가 유독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무기는 ‘치인트’에서도 똑같이 적용됐다. 미인을 바라보는 시대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건 원작 팬들, 일명 치어머니들도 아는 현상이다. 식상하고 뻔한 얼굴 보다 오히려 김고은이 낫다는 판단이 그녀를 받아들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에 설정된 평범함이 김고은에 의해 더욱 현실감을 얻은 부분도 있다.
주목할만한 또 다른 성과는 김고은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 논란을 잠재웠다는 점이다. 데뷔작인 영화 ‘은교’로 무명 시절 없이 단숨에 주인공 대열에 오른 그녀는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성난 변호사’ 등에서 굵직한 배우들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고 연기력 논란까지 뒤따른 것이다. 소포모어 징크스와 거품론도 대두됐다. 이런 상황에서 ‘치인트’는 그녀에게 간절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드라마의 성패에 도약 여부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김고은은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제법 잘 수행했다.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찾았기 때문일까. 관객 수의 압박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큰 부담 없이 홍설에 녹아든 것이 보였고, 시청자 역시 그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처럼 김고은은 여러 논란에 시달리는 ‘치인트’에서 홀로 빛나고 있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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