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과하면 독이 되지만, 적당한 애드리브는 작품에 유쾌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탁월한 감각과 재치로 시나리오 이상의 장면을 탄생시킨 배우들. 이들이 만들어낸 명장면을 꼽아봤다.
■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 할까”…’내부자들’ 이병헌
이병헌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안겨준 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 나락에 빠진 정치깡패 안상구를 연기한 이병헌은 생애 첫 사투리 연기,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까지 감행하며 스크린 안에서 한바탕 신명 나게 놀았다.
특히 그는 ‘내부자들’에서 배우 인생 통틀어 가장 많은 애드리브를 선보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 장면이다. 촬영 직전 스태프들에게 장난삼아 던진 이 대사가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고, 이를 본 촬영에서도 그대로 선보인 것. 능글맞으면서도 백치미(?) 넘치는 안상구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사였다.
이외에도 이병헌은 본인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대사를 활용한 “아 윌 비 백”(I’ll be back)을 애드리브로 선보이기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본편에서는 삭제됐다고.
■ 천만요정부터 마동석까지…’베테랑’ 애드리브 종합선물세트
천만 영화 ‘베테랑'(류승완 감독)도 애드리브로 탄생한 명장면이 곳곳에 숨어있다.
먼저, 천만 요정 오달수의 애드리브다.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불법 중고차 매매단 검거 장면 중 매장 업주로부터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저번에 하우스 털었을 때도 괜히 애 잡아가지고, 걔 지금 밥 먹을 때 침 흘려서 턱받이하고 먹는대”라며 겁을 주던 오달수는 “밥 주면 막 좋아하고”라는 대사를 애드리브로 덧붙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후문.
카메오로 깜짝 출연한 마동석의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대사 역시 현장에서 탄생한 애드리브였다.
■ “애드리브로 시작해 애드리브로 끝났다”…’스물’
‘스물'(이병헌 감독)도 배우들의 번뜩이는 애드리브로 매력이 더해진 작품. 말맛의 달인 이병헌 감독의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맛깔나는 애드리브가 양념처럼 뿌려져 1분에 한 번씩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스물’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소반점 시퀀스는 김우빈의 허리케인 펀치를 시작으로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폭발해 당초 시나리오보다 더욱 풍성하고 코믹한 장면으로 탄생했다. 강하늘의 ‘셀프 따귀’ 장면 역시 애드리브로 탄생한 신이다.
■ “놀란도 놀라게 한 애드리브”…’다크 나이트’ 故 히스 레저
고(故) 히스 레저도 소름 끼치는 애드리브로 명장면을 탄생시킨 배우다. 영화 ‘다크 나이트'(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감옥 장면에서 조커가 눈을 부릅뜨며 박수치는 장면은 사실 히스 레저의 애드리브였다.
평소 자신이 치밀하게 계산한 틀 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걸 싫어하는 놀란 감독은 애드리브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 장면만큼은 오케이(OK) 컷을 외쳤다고. 놀란의 치밀한 계산마저 무색하게 한 히스 레저의 동물적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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