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한효주는 동년배 배우 가운데 멜로 분야에서 탁월한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말갛고 청순한 그의 비주얼은 멜로 장르에 제격이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 보면, 한효주는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변화를 시도해 왔다. 같은 멜로라도 한효주가 하면 달랐다. 여배우를 위한 ‘좋은’ 시나리오가 극히 드문 충무로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매 작품 한효주라는 인장을 또렷이 새기며 변화를 모색했다.
# 멜로퀸 한효주의 터닝포인트…’감시자들’
청춘, 청초의 아이콘이었던 한효주가 확 달라진 기점은 역시 ‘감시자들'(조의석 감독)이다. 이 작품에서 뛰어난 기억력과 관찰력을 지닌 감시반 신참 하윤주를 연기한 한효주는 단아한 이미지를 떨쳐내고 프로페셔널하고 털털한 매력을 스스로에게 덧입혔다.
설경구, 정우성과 같은 개성 강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존재감이었다. 비슷한 시기 한효주는 “뒤늦게 사춘기를 겪고 이제야 조금은 편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실제로 한효주의 연기는 이전보다 제법 여유로워졌다. 이 영화로 한효주는 2013년 청롱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한효주는 최연소 후보였다.
# “한효주는 자판기 같은 배우”…대체불가 멜로 ‘쎄시봉’·’뷰티 인사이드’
‘감시자들’로 어깨에 힘을 뺀 한효주는 다시 멜로로 돌아왔다. 한효주는 영화 ‘쎄시봉'(김현석 감독)에서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을 연기했다. 데뷔 이래 가장 물오른 외모라는 평을 받기도 한 한효주는 말투, 손짓 하나까지 신경 쓰며 영화의 뮤즈이자 활력소가 됐다. 단순히 ‘사랑’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민자영의 복잡한 심리를 한효주는 정확한 연기로 풀어냈다.
‘쎄시봉’에 이어 지난해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백감독)에서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남자 우진과 사랑에 빠진 여자 이수를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 한효주는 21명의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이는 상대 배우와의 촘촘한 앙상블이 그 어느 장르보다 중요한 멜로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 하지만 한효주는 처음 보는 배우와도 마치 오랫동안 멜로 결을 이어온 것처럼 차분한 연기를 펼쳤다. 심지어는 일본 여배우 우에노 주리와도 애틋한 감정신을 가뿐히 소화했다. 이에 백감독이 “자판기 같은 배우”라고 극찬하기도.
# 한효주, 180도 달라졌다…’해어화’
4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해어화'(박흥식 감독)에서는 그 변화의 폭이 가장 넓다. 기생학교에서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최고의 예인으로 불리는 소율을 연기한 한효주는 순수했던 모습부터 간절히 바라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도발적으로 변해가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순수한 매력이야 그의 전공분야라 쳐도, 도발은 분명 한효주에게서 전에 없던 시도다. 과연 한효주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올 도발과 욕망의 모습은 어떤 빛깔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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