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1등만 기억하는 혹독한 세상, 정지우 감독이 또 한 번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그것도 아주 섬세하고 유쾌하게.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 ‘4등'(정지우 감독, 정지우필름 제작) 언론시사회에는 정지우 감독을 비롯, 배우 박해준, 이항나, 유재상, 최무성, 정가람, 유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4등’은 만년 4등인 수영 선수 준호가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새로운 수영 코치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애증을 그린 치정극 ‘해피 엔드’, 30세 여선생과 17세 학원생의 사랑을 담은 ‘사랑니’, 시인과 열일곱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은교’ 등 작품마다 사회적 통념과 금기를 넘어서는 주제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지우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현실 속 깊게 잠재돼 있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의 폐해, 강압적 체벌 문제 등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굳이 입밖에 꺼내지 않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 수면 위로 올렸다. 오랜 세월 논란이 돼온 체벌 문제에 대해 섬세하게 다룬 ‘4등’은 폭력의 정당성과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 여기는 현실에 뜨거운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그 폭력을 각자의 이유로 묵인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아냈다. 감독 특유의 섬세한 영상미도 돋보인다. 엔딩 수영대회 장면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유머도 곳곳에 녹아들었다.
정지우 감독은 “‘4등’의 어른들은 모두 결함이 있다. 특정한 가해자, 피해자 사이의 폭력이 아닌 각자의 몸 안에 내재된 것으로써의 폭력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체벌로 수영 국가대표팀을 박차고 나온 이력이 있음에도 스스로 가혹한 체벌을 되풀이하는 코치 광수는 박해준이 연기했다. 특히 아들의 금메달 획득이 소원인 극성 엄마 정애를 연기한 이항나의 활약이 돋보인다. ‘변호인’에서 송강호 아내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은 이항나는 현시대의 엄마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아들이 인생의 전부인 히스테리컬한 엄마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천재적인 재능에도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영 선수 준호는 유재상이 열연을 펼쳤다. ‘국제시장’, ‘신의 한 수’ 등 굵직한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유재상은 ‘4등’에서 수준급 수영 실력까지 선보이며 차세대 아역 스타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다. 아역 특유의 습관화된 연기가 아닌, 역할 그 자체가 돼 선보인 연기는 수영이 그저 즐기는 준호와 꽤 닮아있다.
‘4등’은 4월 13일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4등’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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