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누굴 줘도 아깝지는 않지만, 누굴 주느냐를 고민하는 것부터 피를 말리는 작업이 예상된다. 올해 유독 선전 중인 드라마가 많은 KBS 연기대상 이야기다.
KBS는 지난해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었다. 대상을 줄 만큼 뚜렷한 작품도 없다 보니, 예능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프로듀사’를 드라마 후보로 넣을 수밖에 없었다. 배우 김수현은 예능국에서 만든 예능 드라마 출연으로, 드라마국이 마련한 연기대상에서 대선배 고두심과 함께 공동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난해 히트작 가뭄에 시달렸던 KBS 연기대상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부터 월화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 모두 1위로 선전하고 있는 데다, ‘마스터-국수의 신’ ‘함부로 애틋하게’ ‘질투의 화신’ ‘구르미 그린 달빛’ ‘화랑: 더 비기닝’ 등 올해 편성된 라인업의 면면만 보더라도 승률이 100%에 가까운 싸움이기 때문.
오히려 이젠 줄 수 있는 상의 갯수보다 상을 줘야 하는 사람의 수가 역전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썬 대상 수상자 배출에 미니시리즈 사상 4년여 만에 30%가 넘는 시청률을 KBS에 안겨다 준 ‘태양의 후예’가 유력해 보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도 ‘육룡이 나르샤’가 꽉 쥐고 있던 월화 드라마 승기를 빼앗은 효자 드라마 ‘태양의 후예’나 매한가지기 때문.
더군다나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방송도 되기 전 극본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이를 신들린 박신양의 연기로 상황을 역전했고, 박신양은 오랜만에 컴백한 안방 복귀작에서 “역시 갓신양”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낼 만큼 연기 내공을 펼치고 있다.
두 드라마가 대표적이지만, 주말 드라마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아이가 다섯’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배우 안재욱과 소유진의 복귀작인 이 드라마는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으며, 매주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전작이 잘 되면 후속은 안 된다는 KBS 주말 드라마의 징크스를 깬 작품이기도 하다. 50부작 가운데 아직 초반 워밍업이라는 시기도 연기대상 수상에 훨씬 유리하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외에도 KBS에 편성된 드라마는 작품성으로 보나,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기력, 스타성으로 보나,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연기파 배우 조재현도 ‘국수의 신’으로 칼을 갈고 있고, ‘함부로 애틋하게’의 김우빈과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 ‘화랑’의 박서준 등은 젊은 배우로서 자존심 대결을 앞두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 대결뿐만이 아니다. 작가상 대결도 올해 만만치 않다. ‘태양의 후예’로 처음 KBS 땅을 밟은 김은숙 작가, 전공인 로맨스물이 아닌 ‘아이가 다섯’으로 주말 드라마 도전에 성공한 정현정 작가, ‘함부로 애틋하게’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이후 4년여 만에 전공인 멜로로 돌아온 이경희 작가, 7월 편성을 논의 중인 ‘질투의 화신’의 서숙향 작가 등 스타작가들이 모두 후보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이달 중 영광스러운 퇴장을 앞두고 있지만, 나머지 드라마들은 포텐이 아직 터지기 전이라 예상이 쉽지가 않다. 연기대상의 결과는 8개월이나 남은 아주 먼 일이지만, 매회를 레전드로 만드는 드라마와 배우들의 활약은 1분 1초가 평가대에 오른 것처럼 쉴 틈이 없어 시청자들의 즐거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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