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마지막은 누군가의 동생이 아닌 그의 이름으로 불러 본다. 배우 전태수가 3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비보는 지난 21일 밤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평소 우울증 증세로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는 고(故) 전태수는 오랜만에 복귀 의사를 타진하고, 관련된 논의를 했다고 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비보였기에 남은 이들의 충격이 크다.
2007년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 한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풋풋한 신예였다. 데뷔와 동시에 스타 하지원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은 그는 생전 공공히 누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하지원 역시 동생을 사랑했다. 험난한 연예계에서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데뷔를 2차례나 미루게 했다.
잘생긴 외모와 재능으로 일찌부터 데뷔의 기회를 잡았던 고인도 누나의 의사를 존중해 기회를 기다렸다. 고 전태수는 생전 인터뷰에서 “한 번은 고등학교 졸업으로, 한 번은 군 입대로 데뷔를 2번이나 미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누나 말을 듣길 잘했다”며 누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하지원 동생이라는 타이틀은 영광이면서 족쇄였다. 전태수는 자신만의 색으로 이름 석자를 알리기 위해 부단히, 치열하게 노력했다. 분명 그 만의 매력이 있었다. 눈빛이 살아있었고, 특히 사극에서 장점을 잘 드러내는 배우였다.
2007년 SBS 드라마 ‘사랑하기 좋은 날’부터 ‘왕과 나’ 등 경험을 쌓은 그는 KBS2 ‘성균관 스캔들’에서 악역 하인수 역을 맡으면서 만개한 매력을 보여줬다. 트라우마를 지닌 악역으로 사랑을 받으며 맘껏 날개를 펼쳤다.
코믹 연기에도 욕심을 냈다. MBC ‘몽땅 내 사랑’으로 시트콤에 도전한 것. 이미지 변신을 꾀한 그는 한결 가벼워진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배우 전태수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호평도 잠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자진 하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사건으로 전태수는 움츠러들었다. ‘괜찮아 아빠 딸’과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 등에 출연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고인이 가진 가능성과 재능에도 세상은 냉정했다. JTBC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MBC ‘제왕의 딸 수백향’ 등 사극에 출연하며 재기 의지를 불태웠지만 차기작을 찾기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쉽게 그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생전의 고인은 누구보다 신중했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수백향’ 이후 4년 만에 복귀를 검토했던 고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브라운관에서 볼 수없다. 또한 명의 별이 빛을 잃고 사라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故 전태수,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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