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호 객원기자] 영국 영화제작 배급업체 ‘서드윈도우필름즈(Third Window Films)’의 대표 애덤 토렐(Adam Torel, 34)이 일본 영화의 질적 저하를 비판했다고 9일 산케이 신문은 보도했다.
‘서드윈도우필름즈’는 아시아 영화를 해외에 소개해왔다. 이 회사 대표인 애덤은 산케이 신문 기자와의 만남에서 “일본 영화의 수준이 정말 낮다. 최근 정말 실망스럽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아시아 영화 중에서 한국과 중국이 꽤 괜찮다. 이에 비해 일본은 수준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아시아 국가 중 일본 영화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았지만, 지금은 한국, 중국이나 대만, 태국에게조차 밀려나고 있다. 꽤나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영화 ‘로우라이프 러브(下衆の愛)’의 프로듀서를 직접 맡을 정도로 일본 영화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영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일본 영화의 질적 저하에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 대작 영화, 이를테면 ‘진격의 거인’은 미국 TV드라마 같아 보일 정도로 수준이 낮다. 다들 창피하지 않은가?”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근 일본에서 만화 원작 실사 영화 제작 붐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말할 때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 영화의 문제점으로 ‘영화 제작위원회 방식’을 꼽았다. 복수의 스폰서 기업이 영화 제작위원회를 꾸려 제작비를 나눠서 출자하는 시스템인데, 영화 투자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일본 영화는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그는 “일본에서 영화는 제작위원회의 것이지 감독의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볼 때 누가 감독을 했는지 거의 모르지 않나. 감독의 이름을 홍보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출연자에 흥미가 없다. ‘이 영화는 마이크 리의 신작’이라고 홍보하는 등 감독을 중시한다. 일본에서는 아마 소노 시온(園子温) 감독의 신주쿠 스완(2015)을 누가 찍었는지 95%는 모를 것이다. 감독은 제작위원회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영화 평론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는 별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인은 다들 상냥해서인지 별로라고 생각해도 말하지 않는다. 반대로 ‘대단하다’라며 치켜세워주기 바쁘다. 왜 그럴까”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깊은 공감을 한 듯 산케이 기자는 “근거 없는 비방·중상은 나쁘지만, 형편없는 영화를 ‘형편없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일본 영화에 미래는 없다”는 코멘트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지호 기자 digrease@jpnews.kr / 사진=영화 ‘진격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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