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호 객원기자] 일본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의 가사가 여성비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하카타 지방을 근거지로 하는 인기 아이돌 HKT48이 이달 13일, 새로운 싱글 ’74억 분의 1인 당신에게’를 발매했다. 논란이 된 것은 이 싱글 음반의 수록곡 ‘아인슈타인보다 다이에나 에그론’의 가사다.
“어려운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 머리가 비어도 좋아… 가벼운 풍선 같이 살고 싶어”
“여자 아이는 귀여워야 해. 학생 때는 바보라도 괜찮아”
“시험 성적만큼이나 눈동자의 크기가 신경 쓰여. 아무리 공부해도 사랑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AKB48의 총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쓴 가사에는 학업보다는 남성에게 사랑받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여자에게 있어서 머리 좋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보다는 예쁜 외모를 지닌 미국의 여배우 다이에나 에그론이 되는 게 낫다는 식이다.
이 같은 가사를 두고 일본의 트위터 사용자들은 “21세기와는 걸맞지 않는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가사”라며 혹평을 가하고 있다.
또한 왜 굳이 많은 미모의 여배우 가운데 다이애나를 꼽았는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다이애나의 대표작은 바로 미국 최고 인기 드라마 시리즈인 ‘글리(glee)’. 일본의 진보매체 ‘리테라’는 이 드라마가 여성, 장애인, 동성애 등 각종 차별을 진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아키모토가 여성멸시적인 노래 제목에 ‘다이에나’를 넣은 것은 참으로 의아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키모토가 이처럼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가사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그는 가사에 성적인 내용을 노골적으로 쓰는가 하면, 2007년에 발매한 AKB48의 ‘눈물파는 소녀’에서는 “마치 성냥팔이 소녀,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서 팔 것이 없어.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사주세요” 등 가사에서 원조교제를 하는 소녀를 그려내기도 했다.
◆ 日누리꾼, 가사 내용에 찬반 엇갈려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논란의 가사에 대한 찬반이 격렬하게 갈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가사에 대한 비판보다 옹호글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누리꾼들이 “20세기에나 어울리는 구시대적 발상”, “여성 멸시 아니냐”고 비판하자, HKT팬들을 중심으로 “가사에 일일이 비판을 제기하지 마라”, “귀여우니 괜찮다”, “중년 남성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뭐 어때”, “아이돌 자체가 여성상품화 요소가 있잖아. 이제와서 문제제기라니”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이지호 기자 digrease@jpnews.kr / 사진=HKT48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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