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기억은 사라져 가는데, 희망은 솟구쳐난다. 배우 이성민이 ‘가치 있는’ 싸움을 시작했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묻어둔 진실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기억’ 9회에서는, 점차 심해지는 병세에 괴로워하는 태석의 모습이 그려졌다.
태석(이성민)의 알츠하이머 증세는 날로 더해졌다. 전 아내 은선(박진희)을 찾아가는 것은 예삿일이 될 정도. 시도 때도 없이, 오래전 뺑소니 사고로 죽은 아들을 떠올렸다.
이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가슴은 무너졌다. 태석의 상태를 모르는 은선도 마찬가지였다. 은선은 집 앞으로 찾아와 초밥을 건네는 태석의 뺨을 내리치기에 이르렀다. 은선은 “이걸 나에게 먹으라는 거냐. 우리 애가 마지막 날까지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이다. 초밥집 앞만 지나가도 먹은 것을 쏟아낸다”고 오열했다.
그의 현 아내 영주(김지수)도 고통받았다. 영주는 남편의 비밀을 눈치채고 있던 상황. 영주는 말없이 그를 보필했다. “그동안 잘못 살았다. 그래서 지금 천벌을 받나 보다”는 태석의 말에,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포기하지 말아 달라.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달라”고 가슴을 쳤다.
두 여자를 보고 태석은 마음을 다잡았다. 죽은 아들 동우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고, 또 새로운 가족에게도 더 이상 아픔을 안길 수 없었다. 태석은 동우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 단서를 잡은 상황이다.
이성민은 이 모든 과정을 차분히 소화해냈다. “아픈 건 머린데 가슴이 망가졌다”며 절절한 슬픔을 토해내는 반면, 동우 사건의 범인을 추리할 때는 그 누구보다 냉철한 모습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기억’은 화제성이 짙은 드라마는 아니다. 시청률 수치가 높은 것 또한 아니다. 전작인 ‘시그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특별한 무엇을 가지고 있다. 무거운 슬픔 속 역설적으로 피어나는 인간애의 회복을 그리며 깊은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사실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싶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tvN ‘기억’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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