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이천수, 제2의 안정환이 될 수 있을까?
25년간 땀을 흘린 그라운드를 떠난 이천수는 방송인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MBC ‘일밤-복면가왕’에서는 숨겨뒀던 노래 실력을 뽐냈고, 본격적인 예능 신고식이었던 MBC 설특집 ‘아이돌 육상대회’에서는 아직 몸이 덜 풀린 모습으로 짠함과 웃음을 동시에 안겼다.
이천수는 이후 KBS2 ‘해피투게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아는 형님, ‘비정상회담’, tvN ‘택시’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줄줄이 출연하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에 닻을 올렸다.
사실 이러한 그의 행보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안정환, 서장훈 등 입담 좋던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 브라운관으로 눈을 돌린 것은 어느덧 당연한 수순이 돼버렸다. 특히 안정환은 현역 시절에도 종종 TV프로그램과 CF에 출연해 끼를 발산했던 이다. 안정환과 함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천수 역시 예능감과 똘끼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중요한 건 예능에서는 입담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이다. 관건은 캐릭터.
안정환은 예능인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더욱 호감형이 됐다. 특유의 솔직하면서도 능글맞은 ‘아재 화법’이 매력을 더했다.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지녔던 그가 조금은 수더분해진 외모로 전에 보여준 적 없던 신선한 예능감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덕분에 ‘안느님’이라는 수식어까지 생겨났다.
서장훈 역시 2m를 훌쩍 넘는 거구의 체격과 예상 못한 결벽증, 연예인병 캐릭터로 웃음을 안겼다. MBC ‘무한도전’ 출연 당시만 해도 방송에는 뜻이 없다던 그는 어느덧 번듯한 소속사와 고정 프로그램까지 여럿 꿰찬 대세 예능인 중 한 사람이 됐다.
이천수는 그라운드의 악동, 트러블 메이커였다. 돌발 행동과 각종 구설로 스포츠면은 물론 사회면까지 장식했던 그다. 계속된 사건사고에 축구팬들마저 등을 돌렸고, 그는 365일 중 300일을 모자를 쓰고 다니며 사람들의 시선을 보냈다.
그라운드 사고뭉치였던 이천수가 예능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입을지 아직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도 안정환, 서장훈보다 프로그램 출연이 적은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짝이 없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천수는 팬들과 구단에 고개까지 숙여가며 은퇴했다. 그동안 항상 따라 붙었던 트러블메이커 이미지를 예능까지 데려올 수 없는 노릇. 과연 이천수가 이 혹독한 예능 생태계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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