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정형돈 대리의 책상은 여전히 너저분했다. 치우지 않은 빈 컵라면과 과자 부스러기가 마치 방금까지 근무를 한 마냥 그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병가 6개월째, ‘무한상사’ 정형돈 대리의 빈자리는 유독 컸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3년 만에 ‘무한상사’를 선보인다. 역대 ‘무한상사’ 중 가장 스케일이 큰 이번 특집은 드라마 ‘시그널’, ‘유령’, 싸인’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맡고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했다. 지난주 방송에 등장한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미생’과 같은 현실적인 직장인들의 이야기에 액션 스릴러를 섞어 보고 싶다”고 밝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날 ‘무한도전’은 100% 애드리브로 이뤄진 짧은 콩트를 먼저 선보였다.
유재석은 길, 노홍철, 정형돈 등 멤버들의 공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실적을 요구하는 상사의 전화를 받으며 “부서에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다. 한 명은 병가로 빠져 있고 두 명은 아시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빈자리가 가장 큰 건 정형돈. 실제로 제작진은 정형돈 대리의 책상을 치우지 않고 예전 특집에서 보여줬던 그대로 재현했다. ‘병가 중’이라고 쓰인 그의 책상은 언제 돌아와도 바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생함이 있었다. 정형돈의 쾌유와 복귀를 기다리는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그릴 ‘무한상사’는 현실에 있는 직장인들의 이야기 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일들이다. 유머에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리얼리티와 장르적 재미가 추가되는 것. 콩트가 아닌 드라마로 돌아오는 것이기에 멤버들의 캐릭터 이해가 필수다. 스타 작가가 투입된 프로젝트인 만큼, 달라진 퀄리티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연기력이 전보다 성장해야 한다.
정형돈의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정형돈은 김은희 작가가 밝힌 ‘무한상사’ 밑그림과 그가 가장 잘 맞닿아 있는 멤버다. 그는 ‘무한도전’ 멤버들 중 유일하게 회사 생활을 해 본 이다. 과거 삼성전자 계열사에 입사한 정형돈은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껴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응시했다 합격한 바 있다. 그는 여러 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떤 느낀 경험에 대해 털어놓곤 했다. 현실과 가까운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추구하는 이번 ‘무한상사’에서 정형돈은 가장 적격인 멤버였던 것이다. 애초 ‘무한상사’는 정형돈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그와 지드래곤의 콤비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특집이다.
불안장애의 특성상 그의 복귀를 재촉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번 ‘무한상사’에서 정형돈의 빈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졌다. 대리님의 쾌유를 빈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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