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드디어 곽도원, 역시나 곽도원이다. 그는 전작들에서 악질 검사(‘범죄와의 전쟁’), 일그러진 신념의 경감(‘변호인’), 극악무도한 사채업자(‘타짜2’)로 분해 주인공들에게 발길질하고 혹독한 시련을 안겨줬다. 그랬던 그가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에서는 사람 좋은 경찰 종구의 옷을 입었다.
종구는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는,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듯 어리숙한 경찰이다. 덩치는 크지만 겁은 또 어찌나 많은지, 경기를 일으키거나 질겁하는 장면만 해도 수차례 등장한다. 마을에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자 나름 수첩까지 들고 다니며 수사하지만 어설프기 그지없다.
이런 종구를 보고 있자면,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의 송강호가 떠오른다. 보기만 해도 푸근해지는 친근한 성품과, 야무지지 못한 수사, 하지만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독을 품고 사건에 달려드는 변화까지 여러모로 닮았다. 한숨 돌리게 만드는 유머, 혼돈과 독기가 동시에 교차하는 눈빛과, 영화에 방점을 찍는 후반부 클로즈업으로 쉬이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기는 것도 곽도원과 송강호가 포개 보이는 이유다. 15세 관람가 치고는 꽤 높은 수위의 베드신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송강호는 ‘넘버3’로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를 거쳐 ‘살인의 추억’으로 소위 ‘국민배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송강호가 곧 장르요, 티켓파워를 상징하는 대명사로써 기능하는 경지까지 올랐다. 뿐만 아니라 해외 평론가들과 감독들에게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게 된 것도 바로 ‘살인의 추억’부터다.
곽도원 역시 ‘곡성’으로 성공적인 주연 데뷔식을 치렀다. ‘곡성’은 개봉 첫날 마블 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꺾고 1위에 오르며 흥행 신호탄을 쐈다. ‘곡성’은 오는 18일에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세계 무대에서도 주연으로서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낼 좋은 기회다.
‘곡성’에서 함께 열연한 일본배우 쿠니무라 준은 곽도원에 대해 “오랜 노력 끝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온 배우”라며 “기본기가 탄탄하고 준비성이 엄청난 프로 중의 프로”라고 극찬했다. 천천히, 하지만 성실히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곽도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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