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부산행’이 제대로 일냈다. 10분간의 기립박수와 열 번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13일 오후 11시 45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영화 ‘부산행’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공유, 정유미, 김수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후 두 번째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배우 공유, 정유미, 김수안은 첫 칸 초청이다.
이날 뤼미에르 대극장 앞은 상영 1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늦은 시간임에도 ‘부산행’을 보기 위한 영화팬과 취재진으로 북적거렸고, 배우들의 레드카펫 입장이 시작되자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그야말로 ‘역대급’ 반응이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채웠다. 극중 인물들이 카타르시스와 유머를 안기는 순간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서는 약 10분 간의 기립박수가 객석을 달궜다. 특히 배우 공유는 자신과 셀카를 찍기 위해 몰려드는 해외팬들의 발걸음에 쉽게 차량에 탑승하지 못했다. 한동안 극장 밖과 레드카펫 위에서 사인과 인증샷 촬영에 임해주며 ‘부산행’을 향한 뜨거운 열기를 만끽했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서,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 제작비 100억 원대 규모의 블록버스터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로 날카로운 풍자와 연출력을 보여준 바 있는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좀비물이라는 장르 안에 영리하게 녹여냈다. 스케일은 스케일대로, 유머는 유머대로, 스릴은 스릴대로 고루 챙긴 똑똑한 블록버스터다. 국내에서도 좀비물이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 무대에서 증명해보인 셈. 장르적인 재미와 함께 지금의 대한민국의 씁쓸한 단면을 담아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 목숨 구하기 위해 탑승객을 방패 삼는 기관장의 모습은 몇 년 전 침몰하는 배 위에서 홀로 살아남은 누군가를 연상하게 했다.
배우들의 연기 보는 재미도 풍성했다. 공유는 블록버스터 장르에서도 섬세한 감정선을 이어가는 경지를 보이며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공유의 딸로 분한 김수안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연기로 객석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정유미의 뻔하지 않은 연기도 일품이었으며, 마동석은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충무로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인 ‘부산행’은 일찍부터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스케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부산행’이 초청된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호러, 판타지 등 상업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장르물을 상영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부산행’은 ‘달콤한 인생'(김지운, 05), ‘추격자'(나홍진, 08), ‘표적'(창감독, 14), ‘오피스'(홍원찬, 15)에 이은 다섯 번째 초청작이다.
한편 ‘부산행’은 7월 국내 개봉한다.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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