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청소년 관람불가에 동성애 소재다. 순제작비만 해도 120억 원이 넘는다. 수익성만 따진다면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은 스펙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작, 영화 ‘아가씨’ 얘기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이 CJ엔터테인트와 함께 작업한 다섯 번째 연출작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박쥐’까지 박찬욱 감독이 국내에서 작업한 모든 영화의 투자 배급을 맡았다.
아무리 오랜 인연이라고는 하지만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과 CJ 모두에게 일종의 도전과도 같은 영화였다. 박찬욱의 첫 시대극이었고, 시대극 특성상 제작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마이너하게 받아들여지는 동성애 소재다. 파격적인 레즈비언 베드신까지 등장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러닝타임도 145분이나 된다. 흥행의 핸디캡이란 핸디캡은 두루 갖춘 영화다. 투자 배급사로서 지갑을 열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을 것.
이에 대해 CJ E&M 영화사업부문 정태성 대표는 15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 한 음식점에서 열린 ‘아가씨’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가씨’는 마케팅 비용까지 하면 총제작비가 150억 원 규모다. 더군다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다.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만 했다면 절대 투자하지 않았을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영화인들을 만나면 지금도 ‘올드보이’ 얘기를 한다.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올드보이’가 된 것”이라며 “단순히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을 위해 투자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CJ에게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단순히 돈 벌 요량으로 투자하는 작품이 아닌 셈이다. 대신, 한국영화 위상을 높이는 감독이라는 독보적인 카테고리로 묶인다. 이와 함께 CJ의 세계 영화 산업 내 입지도 견고해지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영화인이 모인 3000석 뤼미에르 대극장에 CJ의 로고 영상이 상영되는 것만으로도 CJ의 국제적 입지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실제로 박찬욱과 CJ의 인연에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가씨’의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중국 기자는 “박찬욱 감독이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CJ와만 작업하는 이유가 있나”라고 물었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계속 함께 일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 박찬욱 감독의 대답이었다.
정태성 대표는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CJ 로고를 본 것도 ‘박쥐’ 이후 6년 만”이라며 “앞으로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뿐 아니라 ‘설국열차’ 등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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